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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기 Jun 23. 2022

빗물은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장맛비가 굵게 내립니다. 낮까지 뜨거운 햇살이 눈을 부시게 하더니 밤에는 비가 거침없이 내립니다. 빗소리를 들으면 조용한 음악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며 빗소리에 마음속에 묵혀있던 생각들이 모두 씻어져 내려가고 있습니다. 빗물은 강물이 되어 흐르고 내 마음의 생각도 빗물 처럼 강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스팔트와 보도 블록에 있던 먼지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 강물로 흐르고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머무는 생각 찌꺼기들도 빗소리와 함께 강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늘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모르지만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이 생활을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무한 반복하는 가운데 의미를 찾지 못하면 공허하고 허무합니다.

매일 살면서 하루 의미를 찾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인간은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있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려고 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려고 합니다. 하루 성장하지 않으면 내가 잘못 살고 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마음속에 갈등 곰팡이들은 잘 마음속에서 나가지 않습니다. 곰팡이는 유한 락스로 지워도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마음 곰팡이는 무엇으로 지워야 할까요? 지금은 이 빗소리가 위안이 되어 마음 곰팡이들을 모두 씻겨줍니다. 간헐적으로 떠오른 열받는 생각이 평화를 깨지만 그래도 다시 평화 속으로 진입을 합니다.

빗물에 꽃들이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빗물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저항하며 흔들리며 살고자 합니다. 생존하기 위해 흙을 꽉 붙듭니다. 천둥소리와 하얀 긴 선으로 번개 치는 모습에 나이 든 저도 깜짝 놀랍니다. 장마가 기다려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장마가 휴식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장마가 연차입니다. 이들은 따로 연차가 없습니다. 비가 오면 그날 하루 휴가입니다. 예측된 휴가가 아니기에 휴가의 맛이 떨어지기는 합니다. 비 예보가 있어서 술을 잔뜩 마셨는데 다음 날 아침 비가 그쳐 일을 가야 하면 그 날은 바로 지옥입니다.


여름 수련회에 가서 손가락만 한 빗줄기를 맞으며 운동장을 뛴 적이 있습니다. 비와 우리들이 하나가 되어 사람이 아닌 자연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니 그때와 같이 자연 속의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끝없이 올라가는 물가의 산불이 이 빗줄기에 다 꺼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주식은 지하실 밑에 또 뭐가 있는지 끝없이 내려갑니다. 그래도 이 시간만큼은 빗소리만 듣고 싶습니다. 빗소리를 통해서 힐링을 하고 싶습니다.


숲의 나무들이 보고 싶습니다. 미팅과 강한 빗줄기 때문에 이틀 동안 가지를 못했습니다. 나무에 정이 들었습니다. 숲 흙에 정이 들었습니다. 길 건너 바로 있는 숲은 주말이 지나고 다음 주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숲길을 산책하면 진흙탕처럼 더러웠던 생각들이 다 침전이 됩니다. 생각이 정리가 됩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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