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 위에 청첩장 청구서가 눈처럼 쌓여 갑니다.

by 박동기

청첩장은 당사자에게는 설렘이지만 사이가 애매한 사람에게는 청구서입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 청첩장 청구서가 눈처럼 쌓여 갑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이번 주에만 벌써 3개의 청첩장이 쌓여 있습니다. 요즘 참 결혼을 많이 합니다. 코로나에 미뤘던 결혼식이 봇물 터지듯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딘가에선 결혼을 하고 어딘가에선 이혼을 합니다. TV 프로그램을 보면 결혼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이혼 관련 예능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혼이 조금씩 쌓여가는 합치기라면 이혼은 가장 작은 것까지 나누어야 하는 쪼개기입니다. 공정해지기 위해 서로의 물건을 나누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이 나눠집니다. 함께 공유하던 시간, 추억, 영혼까지 나눠집니다. 이혼은 사랑했던 마음도 가장 작게 나눠져 마침내 사라지는 쪼개기 세계입니다. 중요한 건 서로가 온전히 독립된 존재로 잘 나누어지는 것입니다.


요즘은 안타깝게도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조의금도 밀려 있습니다. 따져보니 내가 경조사 받을 돈은 거의 없는 듯하여 경조사 문자 받을 때마다 손해 보는 장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산도 없는데 9월엔 재산세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생각 안 할 정도로 급여가 많으면 상관없겠지만 보통의 직장인들은 누구나 같은 경조사 고민을 할 것입니다.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경조사는 안 챙길 수 없으니 경조사 많은 달은 긴축 재정이고 적은 달도 또 새는 데가 있어 어쨌든 긴축재정입니다. 1년 12달 매달 긴축 재정이고 어느 한 달 넉넉하게 남겨 본 적 없이 빠듯하게 살아갑니다. 월급날만 좋고 다음날은 썰물 빠지듯이 정신없이 계좌에서 돈이 사라져 갑니다. 빠져가는 속도가 봄 햇볕에 눈 녹듯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돈의 노예가 되어 일희일비하며 삽니다. 계좌 잔액 많으면 자신감 넘치고 마이너스이면 기가 죽습니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돈에서 해방이 되어 경제적 자유를 완성하는 꿈을 참 많이 꿉니다.


제가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입니다.

첫째로, 차에 기름을 넣을 때 휘발유 값 고려 없이 부담 없이 넣는 사람입니다.

둘째로, 주차를 할 때 주차비 걱정을 안 하는 사람입니다.

셋째로,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제철 음식을 맘껏 먹으러 다닐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젊은 직원이 일본 어느 집 카레가 먹고 싶어 바로 다녀왔다고 합니다. 이런 즉흥적인 것 말고 그냥 일상에서 아무때나 양양 송이가 먹고 싶으면 바로 가서 사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부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꿈꿔봅니다. 위 세 가지 조건이 이뤄지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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