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 무박 산행으로 경남 통영에 있는 사량도에 다녀왔습니다. 사량도(蛇梁島)는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면에 속해 있는 섬으로 사량면의 중심지입니다. 사량면 사무소가 위치해 있으며, 섬 서쪽에는 지리산과 불모산이 솟아 있습니다.
사량(蛇梁)은 곧 ‘뱀처럼 생긴 좁은 물길’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사량도 이름은 상도와 하도 사이 해협을 동강(桐江)이라 부르는데 사량(蛇梁)은 이 동강이 마치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서쪽에는 지리산(지리망산이라고도 한다. 맑은 날 꼭대기에 올라서면 산청 지리산이 보인다고 한다.)이 솟아 있고 북쪽에는 불모산이 솟아 있으며 남쪽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입니다. 상도와 하도의 2개 섬이 사량 대교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량 대교는 2015년 10월 30일 개통하였습니다. 사량도는 윗 섬, 아랫섬, 수우도 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출처 : 위키백과)
국가적으로 어려움도 있고 모든 행사가 취소가 되다 보니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양재역에 11시까지만 가면 되기에 천천히 나섰습니다. 10시 40분쯤에 요헌이 형한테 전화가 왔는데 어디냐고 합니다. 양재역에 버스가 일찍 도착해서 모두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늦은 것은 아닌데 발걸음을 빨리해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봄에 여수 산행에 갔던 인원과 교수님을 비롯한 몇 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밤새 버스는 통영까지 달렸고 새삼스레 버스 운전하시는 분들이 대단하심을 느낍니다. 24명을 태우고 밤잠을 설쳐가며 운전을 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닐 텐데 잠이 많은 나 같은 사람은 밤 버스 운전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춘천에서 서울 올 때 2시간 운전하면서도 졸려 미칠 지경인데 버스기사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버스 아저씨의 밤샘 운전으로 몇 개의 휴게소를 거쳐서 삼천포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에 문을 연 식당에서 해장국을 먹었습니다. 이 집도 대단합니다. 24시간 문을 열어 밤새 장사를 하는 곳입니다. 버스 타고 잘 가다가 잘못 가서 삼천포로 빠진 것이 아닙니다. 삼천포에 새벽에 문을 연 식당이 있으니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배 터미널로 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동트기 전에 여객터미널에 도착을 했습니다. 어둠이 잔잔하게 깔려 있어 어둠 속에 우리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어둠이 잔잔하게 어깨에 내려오고 마치 어머님의 자궁 안에 있는 것처럼 어둠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몇 분후 저 멀리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하루 시작을 알려 오늘 어떤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줄지 설레기 만듭니다. 유동형 내외와 진원이 형 내외분을 여객 터미널에서 만났습니다. 유동형 옆에 계신 어느 낯선 여인 분이 저에게 인사를 하는지 나의 뒷사람에게 인사를 하는지 아는 척을 했습니다. 저분은 누구시길래 우리 일행과 같이 다닐까 생각했습니다. 산행을 하다 알고 보니 유동이 형 형수님이었습니다. 거의 20년 만에 보니 몰라 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배를 타고 사량도로 갈 준비를 합니다. 사회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인지 사람이 생각보다는 많이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승용차가 줄을 서서 배에 싣기는 했지만 여객선 안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그대로 배낭 깔고 누었습니다.
하얀 물살을 일으키며 20분 동안 바다를 건너 사량도 섬에 도착했습니다. 남해의 섬이라 그런지 섬이 참 많은 낯선 풍경입니다. 바다에는 양식 밭을 표시해놓은 하얀 표식들이 바둑판처럼 있고 각 교차점마다 하얀 바둑알처럼 스티로폼이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나무 밑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내지 마을, 지리산, 가마봉, 출렁다리, 옥녀봉으로 탈출을 해서 다시 내지 마을로 내려오는 5시간 코스입니다.
섬산이다 보니 산에 날카로운 돌들이 많은 돌 산입니다. 능선에 올라서니 가슴이 탁 트이면서 사방에 바다가 펼쳐집니다. 사방이 다 절경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참 오랜만에 보며 자연이 마음을 치유해줌을 느끼게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니 마음이 밝아집니다. 염정아와 류승룡 배우가 나왔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명대사가 산에 오르니 떠오릅니다. 아내(염정아)의 첫사랑이 보길도에 있다는 것을 알고 해남 땅끝마을까지 갔는데 배가 끊겼습니다. 날은 춥고 배가 끊겼습니다. 폐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세연이(염정아)가 바다를 보면서 하는 말입니다.
“여기가 끝인 줄 알았는데 보길도가 더 있네. 내 삶도 끝난 줄 알았는데 그랬으면 좋겠다.”
사량도의 능선에 올라서 보니 사량도가 끝인 줄 알았는데 저기 멀리 욕지도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수십 개는 펼쳐져 있습니다. 저는 저 섬이 꿈의 섬들로 보입니다. 사량도가 끝인 줄 알았는데 저 멀리에는 끝이 아닌 수많은 섬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는 마치 지금이 끝인 것처럼 좌절할 때가 있습니다. 눈만 조금만 더 들면 꿈이라는 다음의 섬들이 있는데 그 고난에만 집중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저 멀리 꿈이라는 섬들이 있으니 힘을 내야겠습니다. 살아 숨 쉬는 동안 꿈이 사라지면 안 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정상에 올라 사량도의 해안선의 굴곡을 보니 바다와 연결된 선이 참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곡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해안선은 고즈넉합니다. 바람 소리만 들릴 뿐 파도 소리조차 잠잠한 해안선은 조용한 침묵으로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냅니다. 어김없이 둥그렇게 안쪽으로 굽어진 파도가 잔잔한 곳에는 마을이 있습니다. 빨간색 낮은 지붕들로 이뤄진 시골의 집이 있고 마을 맨 위에는 물을 받아놓은 저수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황량한 늦가을이지만 봄에는 벚꽃과 유채꽃으로 아름답게 채워질 마을입니다. 어쩌면 사량도는 가을보다는 봄에 더 많은 손님이 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니 햇빛에 반사되는 바다는 은빛 갈치가 헤엄치고 멸치가 뛰는 것처럼 온통 은빛입니다. 바다가 갈치 색깔입니다. 바다는 햇빛에 반사되어 수많은 멸치 떼들이 뛰는 것처럼 은색입니다. 저 멀리 섬이 수십 개가 있습니다. 저 섬은 꿈의 섬이고 섬은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섬은 아랫부분은 자그맣고 큰 파도에 시달려 3미터 정도는 나무가 자라지 않아 돌로 이뤄져 있고 그 윗부분부터 나무들이 자랍니다. 마치 군대 갈 때 바리캉으로 머리 주위를 밀어대 윗머리만 남은 모습입니다. 꿈의 섬들은 각자의 꿈을 꾸어가며 자기 자리를 지킵니다. 큰 섬이라고 작은 섬이라고 차별 없이 모든 섬은 소중하고 나름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각자의 소중한 스토리가 있기에 지금까지 살아온 각자 삶의 궤적은 소중합니다.
산은 단풍잎이 떨어져 가고 파스텔처럼 어렴풋한 기억이 산에 번져나갑니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나뭇잎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집니다. 나무는 떨어진 나뭇잎들은 좋았던 추억을 생각하며 애잔하고 슬픈 마음을 갖고 있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 힘겨운 나뭇잎과 이별을 합니다. 나무는 올해도 깊은 고독 속으로 빠져듭니다. 나무가 나뭇잎과 이별하고 봄에 다시 만나듯이 사람도 이별하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추억을 그리워하고 앞으로 펼쳐질 일을 기대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광재 형님은 이번에도 담근 음료를 가져오셨습니다. 싸리나무 담금 음료라고 들었습니다. 싸리나무는 보랏빛 꽃을 피우고 이맘때쯤이면 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군인들에게는 싸리나무를 이용해 빗자루를 만들기 위한 좋은 재료로 사용됩니다. 광재 형님은 칡 음료도 가져오셨는데 장사가 잘되지 않았습니다. 더 마셨으면 좋겠는데 다들 피곤한지 차에서 잠이 들었고 담근 칡 음료는 한해 더 묵혀 다음에 맛을 봐야겠습니다. 매번 같이 나누고자 갖고 오시는 마음이 참 귀합니다.
통영 항구에 도착해서 다음에 만날 날을 기억하며 서울로 버스는 향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창밖을 보니 감나무 잎은 다 떨어지고 주황색 감들만 남아 보기에 풍요로움을 주고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은 느끼게 합니다.
사량도 산행을 다녀오며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이 얻었고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수확의 계절처럼 마음속에 추억을 하나 수확하고 오는 여행이었습니다. 여행 순간만큼은 마음의 온도가 올라갔습니다. 양재역에 도착하니 쌀쌀해 옷깃을 여미고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