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쓰레기

by 박동기

양평의 눈 속에 파묻혔습니다.


춘천에 3일 동안 코로나 확진으로 쫙 뻗어 있다가 푹 쉬러 양평의 가족 별장으로 갔습니다. 아무도 없고 따뜻하니 거기서 혼자 격리하며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행히 주말에 가족들이 해놓은 음식을 먹으며 지내려고 했습니다.


아직도 머리는 아파오지만 그래도 이틀 동안은 혼자 마당을 거닐고 쌓은 눈을 치우며 소일하다시피 보냈습니다. 책을 읽고 싶은데 머리가 너무 띵하다 보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책 대신 넷플릭스를 멍하니 바라보다 잠들다 했습니다.


멀리 산에는 눈이 쌓여 있고 바람 소리만 들릴 뿐 고요함 그 자체였습니다. 밖에 날씨가 낮에도 영하이다 보니 주로 안에서만 생활을 했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음식도 떨어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음식 재료야 많지만 직접 해 먹기는 무척 번거로운 작업이었습니다.


문제는 셋째 날 생겼습니다. 그 가족 별장은 양평군 옥천면에 산기슭에 있습니다. 눈이 오면 최악인 동네입니다. 큰 도로가가 아니라서 제설이 잘 되지 않아 눈이 내리면 최악입니다. 거의 45도 경사의 언덕길을 가야 하니 제설이 안되면 위험합니다.


셋째 날밤에 눈이 엄청 내렸습니다. 일기예보에서 폭설이 온다고 해, 차를 밑에 동네에 내려놓아야 하는데 나는 일기예보를 믿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햇볕이 난다고 하니 금방 녹겠지 하고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눈은 15 cm 가량 내렸고 낮에 해는커녕 하루종일 눈이 내렸습니다. 내일 출근을 해야 하니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 좋다. 그럼 내가 이 눈을 전부 다 치우겠다. 가족 별장부터 초입까지 거의 600m 가까운 거리의 눈을 치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차량 간격만큼의 거리를 눈 삽으로 밀어대기 시작했다.


정말 미친 짓이었다.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다. 내려갈 때도 힘들지만 올라올 때 눈삽을 메고 올라오는데 죽는 줄 았았다. 2시간 정도 치워서 한 번은 어느 정도 치웠다. 그런데 잠시 숨 돌리고 있는데 눈이 또 내린다. 치운데 다시 쌓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잠시후면 해가 떠서 다 녹여줄 거야. 다시 한번 눈을 밀기 시작했습니다.


밀고 나면 눈은 또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그렇게 편안하고 아름다웠던 눈이 쓰레기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몸도 안 좋은데 온몸에 식은땀이 나며 진액을 쏟듯이 눈을 밀어 댔습니다. 결국, 오후 4시경에 포기를 했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 차 가져갔다가는 큰일 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차를 마당에 버려놓고 택시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택시 타고 전철 타고 기차 타고 경기도, 서울, 강원도를 횡단하며 다녔습니다. 캐리어는 왜 이리 무거운지 눈에 깔려 굴러가지도 않습니다. 날씨가 안 좋으니 기차역 앞 택시 기다리는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결국, 기다리다 캐리어 끌고 걸어서 집까지 걸어왔습니다.


이것도 집이라고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이 듭니다.

눈이라는 것이 내가 처한 환경에 따라 꽃처럼 아름다울 때가 있고 쓰레기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군인과 나에게 눈이란 쓰레기입니다.


주인 잃은 내 차는 눈 속에 파묻혀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료 직원에게 태워다 달라고 아쉬운 소리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그런 최악의 상태는 아니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내가 눈을 치워놔서 윗동네 차들이 잘 다닌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눈오는 날은 군 고구마 먹으며 따뜻한 아랫목에 그냥 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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