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초록으로 채색된다.

by 박동기

밤새 악몽을 꾸었습니다. 어느 날 사이비 목사가 기도회를 간다고 해서 따라나섰습니다. 산 기도에 가서 나는 어느 방에 홀로 머물렀습니다. 사이비 목사가 기도하러 가자고 해서 방을 나왔습니다. 그 목사는 나에게 다리를 고쳐야 한다며 스패너를 주고 기도원을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원 보수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낮에 일을 하다 보니 피곤했습니다. 감옥 같은 방에 홀로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깨려고 해도 일어나 지지 않습니다. 나 몰래 음식에 약물을 투여했는지 일어날 기력조차 없었습니다. 정신은 맑아지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곳은 음식만 간혹 넣어주고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하실과 같이 음침한 곳이었습니다. 새소리, 차 소리, 사람 소리, 물소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정치 수용소로 끌려온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끈적거리는 어둠이 내 폐를 죄여오는 듯했습니다. 어둠이 내 뇌를 짓누르는 곳이었습니다. 음식도 충분하지 않아 항상 허기가 졌습니다. 빨리 죽으라는 약을 넣었는지 일어날 기력이 없었습니다. 무기력합니다. 그곳은 나를 감금하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 있으니 예배드리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픔입니다. 자유롭게 예배드리고, 찬양드리지 못하는 것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예배드리는 공간, 자유가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드는 생각이 요양원에 예배당을 설치하는 것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아무 의미 없는 삶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 천국을 소망하며 나가는 것이 작은 기쁨이 될 것입니다.


내 보내달라고 소리치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악몽에서 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자유의 봄바람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옵니다. 나무마다 연한 초록색으로 채색되며 아름다움이 더해가고 있습니다. 삶의 기쁨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나무가 주는 유익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나무 때문에, 나뭇잎, 나무 꽃 때문에 우리는 희로애락, 위로를 얻습니다. SNS 는 온통 벚꽂으로 도배했습니다. 양재천에는 꽃비가 내립니다. 꽃길입니다. 나무는 도심속의 허파와 같습니다. 나무와 성경에 관련된 글들을 적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은 투표하러 가는 날입니다. 오늘 끈적거리는 어둠이 아닌 밝은 곳에서 독서하며 보내야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을 주신, 이 길을 인도해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수요예배에도 가서 예배하고, 하나님을 찬양할 생각에 지금부터 벌써 설렙니다. 설레니 설레임 아이스크림도 사 먹어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보아스와 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