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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기 Apr 25. 2024

가을 노을 아래, 글의 조각들

석양

요즘은 어디든지 석양이 아름답다. 해가 갈수록 짧아지니 하늘에 연한 빨강색으로 파스텔 처리가된 석양을 보면 아름답게 느껴진다.  파란 가을 하늘에 옅은 빨간색으로 그라데이션 처리된 하늘을 보는 것은 요즘만 볼 수 있는 특권이다. 물론 옆에 좋은 사람과 같이 보면 좋지만 그럴 상황이 안되니 혼자 보는데도 참 아름답다.

퇴근 후 고즈넉한 가을의 풍경을 가진 논과 밭들을 지나 아파트로 온다.  동네에 사람이 없다. 어찌 동네가 이리 조용한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이도 아파트앞 차에서 파는 과일가게 아저씨는 손님을 애처로운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살 것이 없으니 미안해서 좀 멀리 해서 횡단 보도를 건넌다.

오늘은 숲에 가지 못한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초고 작업한 글들을 난도질을 해대야 한다. 다 잘라내면 거의 남는 것이 없는데 채우기도 어렵지만 버리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  고심한 글 흔적들을 그냥 가지치기 해버려 허공에 날리기가 참 아깝다.

인용한 글들도 잘 정리를 해야 하는데 볼 수록 낯설다.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네가 왜 책을 내려고 하는 것이니.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준의 책이 되니. 너무 지나친 자기 욕심이 아니니.

맞다. 욕심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냥 낙하산 하나 메고 원고들고 낙하산에서 뛰어 내리겠다. 두려움에 맞서 그냥 세상에 던지려는 시도를 해보겠다. 지구상에 단 한명이라도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그냥 세상에 내 생각의 흔적들을 던질 것이다.

가을의 석양은 예쁜데 마음속에 이것 저것 복잡한 생각들로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완벽한 자연 환경에 있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우리는 항상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살며 채워지는 것을 상상하고 그리워하며 오늘을 버텨나간다.

오늘을 글을 대 수술 하는 날이다. 가지치기도 하고 다시 접붙이기도 하며 단단한 글이 완성되기를 기도해본다. 꿈이 이뤄간다는 것은 쉽지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꿈을 위해 한발짝이라도 더 나아가는 성실한 저녁이 되길 기대해본다.

책상에만 앉으면 졸립고 갑자기 책상이 청소하고 싶고 안오던 전화도 오고 그렇다. 그러다가 졸려 자석처럼 침대가 있는 곳으로 향하여 있고 초 저녁이 잠드니 새벽에 눈은 멀뚱 멀뚱 떠 있다. 그런데 몸은 침대에 자석처럼 붙어있다. 일어나야 하는데 하지만 어느새 출근 시간이 되어 부랴 부랴 집을 나선다.

하얀 종이위에 빨간색으로 수정을 보는 작업들이 책의 절반 정도는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늘도 석양으로 물들고 출력해놓은 초고 책 A4 용지도 석양으로 물든다.

춘천의 석양은 쓸쓸하면서도 짙으면서도 부드러운 색감이다.

운동도 많이 하고 사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살아가려고 한다. 어제는 1시간을 더 기다려 저녁을 먹고 퇴근 했다. 저녁을 먹고 치우는데 거의 1시간 30분이 걸리고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린다. 저녁에 온전히 2시간을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바로 잠들기 일쑤이고 마음이 흐트러진다.

오늘도 시간을 아껴 초고 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겠다. 가을의 문장들이 석양속에 사리진다. 가을 노을 아래 글의 조각들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 간다. 석양 아래에서 문장들을 편집힌다. 빨간 석양아래에서 빨간색으로 편집한다. 노을 지는 하늘 아래 글의 속삭임을 듣는다. 가을 하늘에 펜 끝을 대 보니 빨간 노을로 물들어 간다.  오늘 하루 석양으로 지는 것을 보니 글도 거의 끝 문장이 되어 간다.


모든 과정속에 하나님이 함께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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