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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기 May 13. 2024

5만원의 오병이어

지난 주일 고등부 학생들과 밥을 먹었습니다. 1달에 한 번씩은 예배 끝나고 우리 반 아이들과 식사합니다. 비 오는 날인데 번거롭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중간 고사도 끝나고 밥을 같이 먹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전부 참석은 못 했습니다. 넷이서 교회 근처 식당을 찾아다녔습니다. 한 학생이 알고 있는 곳을 추천해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식당이 문을 닫았습니다.  자영업이 힘든지 문 닫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당황했습니다. 갈길을 몰라 넷이 헤맸습니다. 애굽을 떠나 광야를 헤매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교회 앞을 헤맸습니다. 모세 같은 지도자가 필요했습니다. 한 학생이 근처에 있는 집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근처에 돈가스, 모밀국수집이 있었습니다. 넷이 만장일치로 그 식당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요즘은 주문이 거의 99% 키호스크입니다. 키호스크 앞에만 서면 답답해집니다. 키호스크는 통곡의 벽입니다. 개발자이기는 하지만 많이 서툴러졌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아주 재빠르게 선택을 합니다. 먹는 것을 선택하는 것에서 체형이 바로 매칭이 됩니다. 음식이 곧 자신입니다.


선생님 지갑 사정 생각한 것인지 가벼운 음식을 고르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왕 사는 것인데 비싼 것 먹어도 되는데 아이는 가격이 겸손한 것을 고릅니다.


생각보다는 음식이 맛있었습니다. 사이다도 시켰습니다. 컵과 컵 사이에 사이다를 놓았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사이다를 놓았습니다. 컵과 컵 사이다. 수O과 동기샘 사이다. 아재개그에 잠시 웃었습니다.


아이들끼리 음식을 공유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먹던 젓가락에 그냥 상대방 메밀국수에 대고 먹습니다. 허물없는 친구들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떡을 나누고 음식을 나눠먹던 초대교회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배가 부르니 행복합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나는 곁을 따라갑니다. 밝은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옆을 따라가는 내가 너무 행복했습니다. 얼마 안 되는 돈 가지고 큰 행복을 얻었습니다.


중간고사에 지쳤던 아이들이 지금은 표정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저는 게임을 못 합니다. 게임을 못하니 남학생들과 공통분모가 없어 대화는 많이 못하지만 그래도 정서적으로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의 깊은 생각도 알고 싶은데 아직까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남학생들이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돈으로 큰 행복을 샀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놓은 한 아이로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과장이기는 하지만, 나에게 오병이어는 한 달에 한번 아이들과 먹는 점심식사입니다. 밥 먹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면 너무 행복합니다. 나에게 오병이어는 아이들 점심값 5만 원입니다. 오병이어가 아이들과 나에게 행복감을 주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참석했으면 좋겠습니다.


[요6:9-13]

9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사옵나이까

10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 사람들로 앉게 하라 하시니 그곳에 잔디가 많은지라 사람들이 앉으니 수가 오천 명쯤 되더라

11 예수께서 떡을 가져 축사하신 후에 앉아 있는 자들에게 나눠 주시고 물고기도 그렇게 그들의 원대로 주시니라

12 그들이 배부른 후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하시므로

13 이에 거두니 보리떡 다섯 개로 먹고 남은 조각이 열두 바구니에 찼더라


아이가 가진 적은 음식을 예수님께서 축복하십니다. 예수님이 축사하시니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의 음식이 남았습니다. 예수님의 명령으로 제자들이 남은 조각을 거둘 때, 그 양이 원래의 양보다 훨씬 많아져 열두 바구니가 차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풍성하신 분입니다.


내가 5만 원은 음식값으로 냈지만 나중엔  많은 학생들에게 500만 원으로 음식을 사고도 남기를 소망해 봅니다.


아이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오병이어 축사는 오천명이 모인 잔디 위에서 펼쳐졌습니다. 앞에 푸른 잔디가 보입니다. 저곳에 5천 명의 학생들이 햄버거와 콜라를 마시는 것을 상상해 봅니다. 예수님이 축사해 주시는 햄버거와 콜라는 아주 맛있을 것입니다. 초록이 아름다운 계절 5월입니다. 온 세상이 예수님의 말씀으로 채색이 됩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https://youtu.be/pWxHVHsDux0?si=h2gRCb5YbLJwao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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