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기 진료를 받고 오는데 허기가 진다. 이른 아침을 먹어 배가 고프다. 지하철역 앞 포장마차에 떡볶이 집에 들른다. 정말 포장마차에 와 보긴 오랜만이다. 혼자 앉아서 어묵을 집어 먹는데 맛있다. 주인아주머니 두 분이 나누는 이야기들이 너무 정겹다.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도 정겹다. 잠시동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사방은 몇 십억이 하는 잠실의 아파트 숲이다. 숨이 억억하고 막힌다. 그 아파트 집값 유지하고 대출 갚고, 이자 내고, 세금 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안쓰럽다. 힘겨워 보인다. 그 억억 하는 아파트 숲 안에서 천 원짜리 어묵을 집어든다. 떡볶이까지 먹고 싶었는데 너무 많아 참았다. 너무 맛있어서 호떡을 5개 포장해 달라고 했다. 호떡도 참 오랜만에 먹는다.
좀 더 그곳에 앉아 있고 싶다. 너무나 따스한 광경을 오랜만에 본다. 사람이 사는 느낌이다. 어묵은 연기를 내며 추위를 녹여준다. 어묵국물안에 꽃게 한 마리가 들어 있어 국물 맛을 내고 있다. 저 꽃게는 어디 살다가 붙잡혀 이곳까지 팔려왔을까. 저 꽃게도 고단한 삶이다.
호떡 다섯 개가 든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전철을 탄다. 옷은 말끔한데 명품 가방이 아닌 비닐봉지가 은근히 잘 어울린다. 멋진 가방이 된다. 전철 안에 고소한 호떡 냄새가 난다. 저녁 퇴근길에 허기진 직장인들에게 민폐다.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두 잔 산다. 검은 비닐봉지와 스타벅스 커피가 잘 어울린다. 무엇을 들고 가는 길은 항상 마음이 따뜻하다. 삶이 슬픔도 있지만 이렇게 잔잔한 따스함도 있다. 가끔은 이런 따스함이 좋다. 엄마 품 같은 포장마차였다. 오랜만에 어릴 적 생각을 많이 한다.
어묵과 호떡 다섯 개는 나에게 좋은 추억을 가져다주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이런 인간미 있는 따스함이 좋다. 그 풍경은 인공지능은 아직 만들지 못할 것이다. 따스함이 있는 삶이 좋다. 주위에 따스한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