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우의 뜰 Nov 23. 2021

[엄마를 기억하다]

엄마는 언제 오실까요


어느 날 갑자기 물을 마시고 싶어도 손을 뻗을 수 없고

말을 꺼내고 싶어도 혀가 움직이지 않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걷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그럴 때 좌절하거나 포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 엄마가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팔다리를 움직이지 하고 떨기만 하셔서 이대목동병원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처음엔 모두 뇌졸중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뇌 CT, 뇌 MRI, 뇌 MRA 검사를 다 했습니다.

그런데 뇌 검사에는 모두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열은 계속 오르고 간 수치도 오르고 염증 수치까지 올랐습니다

신경과와 내과 협진을 본 결과 결국 중증 섬망으로

의심되어 정신건강의학과로 입원했습니다

4일 동안 폐쇄병동에서 엄마와 함께 지냈습니다


병원에서 머무는 동안 울다가 그치다가 내내 그랬습니다. 슬픔에 허우적 댔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해야 할 일을 압니다

정신 차리고 버텨야 한다는 것을.

또한 저에게 도움 주신 분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일에 더 전념해야 한다는 것을.

낯선 간병인에게 엄마를 맡기고 집으로 돌아와 어제부터 출근하고 있습니다

떠나는 저를 보지도 않고 울먹이던 엄마 얼굴이 자꾸 떠오릅니다


엄마 상태가 조금씩 나아져서

신경과로 전과되었고 병동도 옮겼는데

다시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고 지금 신경과 주치의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두렵습니다

제가 잘 버티지 못할까 봐ᆢ

대봉은 점점 말랑말랑 변해가는데

홍시 좋아하는 엄마는 언제 제자리로 돌아오실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