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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운 Feb 03. 2022

책 한 번 써봅시다!

장강명 <책, 그게 뭐라고>, <책 한 번 써봅시다>

두 권의 에세이 모두 일관되게 ‘읽고 쓰기’와 '말하고 듣기'를 강렬하게 대비하여 글을 풀어나간다. 이성과 감성, 언어와 비언어, 일관성과 휘발성, 공과 사, 짧은 역사와 긴 역사. 책을 읽어보지 않으면 이게 무슨 비유인가 싶지만, 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비유가 되고, 그에 빗댄 분석도 무척 날카로웠다. 저자는 날카롭게 분석을 던지며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저자는 ‘말하고 듣기’보다 ‘읽고 쓰기’는 어느 한 쪽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선 ‘읽고 쓰기’쪽에 애정을 담뿍 담아 예찬한다. 그와 동시에 점점 ‘읽고 쓰기’가 천시받는 현실을 개탄하기까지 한다. 그는 인터넷 상에서 ‘글’의 형태를 띠고 있는 웹문서나 SNS조차도, ‘읽고 쓰기’보다는 ‘말하고 듣기’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이나,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짧은 글, 카카오톡의 대화는, 형식만 ‘글’일뿐 대부분 사진이나, 인물의 표정을 드러내는 이모티콘을 수반한다. ‘말하고 듣기’에서 살피지 않을 수 없는 화자의 표정과 몸짓을, SNS에서는 이모티콘과 사진이 대신해준다.


이제는 아예 SNS처럼 ‘글’의 형식조차 띠지 않은, 1분 이내 간편한 유튜브 숏 영상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재미있고 간편하며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짧은 글, 1분 요약 영상에는 복잡한 맥락은 모두 삭제된 채 제작자의 편의대로 잘려나간 뼈대만 남는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사실관계는 어느 하나의 맥락과 잣대로 간편히 재단되지 않는다. 뼈대만 남은 해골같은 사실관계 사이로, 은근슬쩍 선동, 날조, 가짜뉴스가 스멀스멀 새어들어온다. SNS 참여 민주주의, SNS 토론과 같은 달콤한 수사에, 요새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이유다.


유튜브가 대세이니 우리의 미래는 유튜브로 결정된 것일까. 모두가 피처폰을 쓸때도 누군가는 유튜브의 시대를 꿈꾸며 유튜브를 갈고 닦아 유튜브가 선도할 미래 시대를 준비했다. 저자는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오는 게 아니라 준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튜브 시대에도 '읽고 쓰는 공동체'의 미래를 꿈꾸고 준비하고자, 이 좋은 ‘읽고 쓰기’를 나와 함께하자며, 책을 한 번 써보라고 은근히 바람을 넣고 부추긴다. 최첨단 유튜브 시대에, 고루해 보이는 독서와 읽기의 시대를 꿈꾸는 저자가 올곧은 보수주의자처럼 보이지만, 불가능한 이상을 꿈꾸는 혁명가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어느 쪽일까. 재단하기 어렵겠지만 확실히 공감이 더 많이 간 쪽은 ‘읽고 쓰는’ 쪽이다. 고등학생 시절 SNS에 입문했을 때도 140자 따위로는 턱없이 모자라 블로그를 열어선 긴 글을 죽죽 써댔다. (물론 폐기물만 가득찬 블로그는 몇 년 전 폐쇄했다) 지금도 여전히, 누가 읽기는 할지 의문인 긴 글을 덕지덕지 SNS에 올린다. 온라인 공간에서 표류한지 10년이 넘어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SNS 온라인 공간과 긴 글은 썩 좋은 조합이 아닌 것 같다. 쉽게 고이고, 진지충으로 욕먹기 딱 좋다.


3년 전쯤부터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저자가 ‘책 한 번 써보자’고 부추겨서도 아니고, 3년 전쯤부터 마음먹었던 일이다. 시험 끝나면 할 일 중 1순위였다. 출판할 목적도 아니다. 그냥 자전적인 이야기를, 써보면서 스스로 정리해보고 싶은 필요성을 느꼈다. 나 혼자만 읽어볼 수도 있고,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런데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기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저자가 제시한 책의 기준, 200자 원고지 600매 이상의 분량을 기획해 얼개를 짜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무엇보다, 자기연민과 감상에 잔뜩 젖을 것이 분명한 이야기 같은 거 써서 뭐하나, 싶은 시니컬한 생각도 큰 걸림돌이었다.


“우리는 낚시를 가는 사람에게 가게에 생선이 널려있는데 피곤하게 낚시를 하느냐고 따져 묻지 않는다. 재밌어서 하는 것이리라 넘긴다. 그런데 왜 굳이 글은, 그런 글을 뭐하러 쓰냐고 묻고 따질까. ‘읽고 쓰기’에도 이유가 필요할까.

창작 욕구는 본능이다. 일상에서 글감을 포착해 글로 엮어 쓰는 일은 대단한 심리적 치유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해서 책을 쓸 수는 없는 걸까.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우리는 때로 남보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더욱 자주 속이곤 한다. 그래 써야 하면 쓰는거지 큰 이유 필요할까. 쓰고 싶으니까, 일단 시작해보자.


202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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