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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주 Feb 24. 2017

[서평] 어떻게 믿을 것인가

무교가 보는 기독교

종교가 있냐는 물음에 우리집은 불교집안이지만 나는 무교라고 대답하곤 했다. 불교적인 삶을 꿈꾸진 않으니 그렇게 답했다. 그러나 내 가치관, 세계관은 사실 불교적인 것들이 은연 중에 스며들어 있긴 할 것 같다.


신이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있든 말든 관심이 없다고 대답하곤 했다. 그 질문의 효용성을 모르겠다. 신이 있으면 이 세상은 왜 이렇게 지악하냐고 따져묻고 싶은 심정이 들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을 함부로 떠들기가 싫어서 혹은 무서워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기독교인들의 행태에 기독교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일지 않았다. 나는 좋아보이지 않는 것에는 호기심이 일지 않는 사람이다.


요즘 내 정신적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은 김형석 교수다. 행적하나하나가 궁금하고 모방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저서속 속 생각 하나하나 나 자신에게 한낱 걸림이 없다. 그의 글, 아니 그의 정신은 위대하고 동시에 소박하다.


 교수께서는  한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사신 분이다. 내가 가진 기존의 도식들이 서로 충돌한다. 기독교인에 대한 전반적이고도 얕은 생각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느꼈다. 불신지옥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 길을 막아 서서 강압적인 전도를 하는 사람들과 같은 종교를 믿는다. 김형석 교수와 다른 기독교인들 사이의 간극이 아득하게 멀다. 기독교가 포괄하고 감싸안는 그 범위가 지대하다. 그 광활한 신앙의 범위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어떻게 믿을 것인가'라는 책 제목에서 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신앙인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쓴 글이다. 비종교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책이므로 종교인들끼리 통할 법한 내밀한(내가 보기에) 글들이 적혀있다. 종교인들 내에서 팔리고 읽히고 하는 책일테지만 책이 다루는 주제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딱 내가 묻고 싶었던 질문들이었다.


아래는 가장 내 근본적인 궁금증을 다룬 챕터들의 목록이다.


다른 종교에도 구원은 있는가

회개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누가 기독교를 떠나는가

제사, 결혼, 가정의 문제

예수는 어떻게 재림이 가능한가


글이란 가장 쓰여져야 하는 것들을 썼을 때 가장 가치롭다는 인식이 확증된다. 대답하기 어렵기에 피하기보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정면돌파하는 느낌이다. 그 절도에 청량감을 느끼게 된다.


위의 문제들에 대한 답변은 상식수준에서도 지극히 합당하고 나의 가치관에 부합했다. 예수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해야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전도사를 포함한 여러 신앙인들에게 살면서 기독교에 대한 의심, 의혹들을 물었었다. 그들은 보통 믿음을 가지면 모든 것이 자연히 이해가 된다는 말로 퉁쳐서 대답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낱낱이 해부해서 설명해주는 교수의 내공이 진정 감탄스럽다.


신앙을 갖는 다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관점, 생각들을 버리고  예수의 인생관, 세게관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정말로 겸손한 자가 아니면 신앙은 가질 수가 없을 것 같다. 내가 겪어왔던 삶이 좁고, 내가 만들었던 결론이 얕은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더욱 거룩한 것이 있음을 믿고 거기에 몸을 던져야 한다. 제대로 믿는다는 것인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고 위대한 인격에서 가능하겠다.


내 스스로 부처가 되어보고 싶은 마음과, 어떤 영원한 존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싶은 마음. 둘 다 위대하고, 인류가 추구해온 인간 내면 성숙의 큰 줄기가 아닐지 싶다. 내 길은 어디일지. 둘 중 하나를 택하기는 할지. 단순히 오늘의 다급함만 처리해나가고, 일신의 안락함을 생각하는 지금의 내가 조금 더 고귀한 것을 지향하게 되는 날이 올까. 뒷짐 진채  저런게 있나보다하며 마냥 구경하는 마음에서, 온 힘으로 고민하는 시기가 과연 올까. 그만큼 나는 좁은 내 안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그 출구는 어떤 길일지. 섣불리 예상하고 싶지 않다.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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