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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리 Mar 13. 2022

ep.04 퇴근하고 산에 갑니다

2022.03.07 인왕산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삶을 산다. 저녁 시간이 생기며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등산이다. 서울에는 접근성이 좋고, 2시간 이내에 가볍게 탈 수 있는 산들이 있다.  


인왕산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다. 입구부터 30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도착해 ‘가성비’가 좋다. 조명이 있어 밤에 탈 수 있는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산이다.


이날은 기차바위 쪽으로 올랐는데 초입부터 흙길이 이어지고 양옆으로 나무들이 우거져 콘크리트 계단으로 시작되는 범바위 코스와는 사뭇 달랐다. 흙길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넓은 바위가 나타났다. 기차바위부터는 야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었다.


인왕산에서 보는 서울의 밤은 늘 반짝인다. 빛이 쏟아지는 밤 풍경을 보면 ‘웹툰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가 생각난다.  그는 “1%가 세상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빌딩에서 새어 나오는 저 많은 불빛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물음에서 미생이 시작됐다”라고 했었다. 인터뷰를 읽고 야경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불이 환히 켜진 건물들과 도로를 비추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보면 모두가 각자의 등으로 말을 거는 것만 같다. 이 많은 불빛 중에 하찮게 여길 불빛은 없다고 말이다.


산에서 보는 야경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내가 퇴근하고 산에 가는 이유는 아니다. 혼자 노는 방법을 몰라 긴 저녁 시간이 때때로 지루했다. 시간을 때우려고 시작한 게 산책이었다. 어떤 달은 200km를 걸었다. 걷기의 종착지는 결국 산이었다.


요즘은 주말에  산을 대비해 체력을 키우려고, 혹은 주말에 산을   평일에 탄다. 일주일에  , 꼬박꼬박 지키는 나만의 ‘루틴 있다는 ,  살고 있다는 도장을 스스로 찍어주는 것만 같아 산을 다녀오면 기분이 좋다. 


 살지 못할 때는 너무  알겠는데, 정작  살고 있는지는 갸우뚱했었다.  습관적으로 내뱉던 ‘ 살고 있지  살고 있다는 의미보다 ‘별일 없다 가까웠다. ‘ 살고 있을까?’ 수많은 물음표에 산은  답을 줬다. 정상을 오르기까지 흘린 땀이,  풍경을 보려고 견딘 시간들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줬다.  감각을 까먹지 않고 살다 보면, 내일도, 내년도, 어쩌면  훗날에도 나를 홀대하지 않고 오늘을 감사히 여기며 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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