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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를 마치며

고통스러웠던 한 학기 싸이버 강의들

by 산토끼

2020년에 적어서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글이다. 다시 꺼내어 읽어보아도 그 시절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각종 언론에서 코로나 시절 대학생들을 비롯하여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학업에서의 고충이 있었다고 했었다. 그러나 너무 피상적으로 다루었었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학생들이 고통에 처해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이웃이나 아는 사람 중에 학생이 있는 게 아니고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 2020년 1학기에 실제로 일어났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미친듯한 양의 과제를 어떻게 해냈는지 모르겠다. 그 때는 지금보다 한 살이라도 더 어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최대학점인 19학점을 가득채워서 들었었고, 7과목인 그들이 전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었다. 심지어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부전공 학과의 3~4학년 전공선택 과목을 독학으로 공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 공부는 혼자 하는 거라더니... 진짜 책과 나... 그것이 전부였다. 교수님은 어디계시는 거지? ㅠㅠ

다행히도(?) 모든 과목이 매주 과제물을 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꾸준히 온라인 Zoom수업은 참여해야 하기도 했고, 어떤 강의는 미리 업로드한 동영상을 보는 것이었다. 수업마다 운영방식이 저마다 달라서 혹시라도 놓치는 것이 있을까봐, 스케줄러에 빼곡히 일정을 채워나갔었다. 기말고사 때는 직접 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렀어야 했는데, 혹시라도 시간을 잘 못 알거나, 날짜를 놓칠까봐 아주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 와중에 나는 새로 시작한 연애활동도 했어야 했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나도 내가 이 미친 코로나 학기에 연애를 하게 될 지는 몰랐고, 그게 결혼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전쟁 중에도 사랑은 피어난다.'라는 문구를 몸소 체험해본 셈이다. 다행히 나의 연인은 코로나로 미친 듯이 바쁜 나의 일정을 모두 이해해 주었다. 그도 직업적으로 매우 분주했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나를 이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것이 인연이 아닐까 싶었다.


아래는 2020년 1학기를 마치며 작성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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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7%정도의 1학기가 마감되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바이러스와 그것의 어마어마한 감염력으로 인해, 이번 학기 전국의 모든 대학들은 비대면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3/2일에 있는 개강일을 2주 미루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개강을 하되 비대면 수업을 이어갔다. 기간은 2주씩 연장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는 줄어들지 않았다. 4월 말이 되었을 때 대부분의 대학들은 1학기 전체를 비대면수업으로 진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교육부에서는 온라인 강의, 과제물대체 등의 수업방식을 권장했다. 학생들이 기대한 것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편안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었지만, 교수진들이 선호한 것은 과제물대체 수업이었다. 교육에서 교육의 정도나 효과는 교육자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간강사나 조교수 등 연령이 낮은 교수진들은 온라인강의법을 별도로 학습한 후, 온라인 컨텐츠를 생산했다. 그러나 5060세대의 정교수 들은 그런 역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단순히 ppt, pdf 파일을 사전 지식이나 지시 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과제를 작성해야 했다.


과제물 대체 수업의 방식은 교수가 올려준 강의자료를 바탕으로 요약정리하여 업로드 하거나, 교수가 제시한 질문에 대한 자료를 별도로 검색하여 레포트로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대학 공부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3~4월에 도서관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모든 자료는 인터넷으로 구할 수 밖에 없었다. 위키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등은 좋은 자료가 되었다. 대학 본부의 방침대로라면 과제물 대체 수업을 하였을 경우, 성의있게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교수진들 중 성실하게 피드백을 준 경우는 이제 막 박사학위를 딴 시간강사 분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중간고사 기간에는 과제가 없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어김없이 과제는 계속 나왔다. 온라인 시험 결과 부정행위자가 증가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들은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치르기로 했다. 범위는 전범위인 경우가 많았다. 중간고사기간에 과제를 제출했으나, 그럼에도 기말고사는 전범위였다. 과도한 과제량에 시험범위로 상당히 피곤했다. 지금까지 대학을 2군데 다니며 약 8년간은 대학생활을 했는데, 가장 피곤한 학기였다.


어떤 교수는 기말고사를 치러갔더니 과제를 내주었다. 시험이 끝나면 바로 과제를 해야지 생각했으나, 과제는 일주일동안 기다려도 올라오지 않았다. 계속되는 긴장의 끈으로 신경이 곤두섰다. 방학은 아직 멀은 느낌이었다. 언제쯤 방학이 오고, 언제쯤 다시 쉴 수 있을까. 지쳐갈 때쯤 과제가 올라왔다. 성적 조회기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적어도 그 전에는 마무리 지어야겠지.


화이팅. 남은 2020학년도 1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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