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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빠들(feat.모든 엄마들)

캄캄한 어둠을 이겨내고 세상을 돌아가게해

by 산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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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아주 정확한 기계답게 미리 알려준 시간에 맞추어 미루지 않고 힘차게 알람을 울린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든 덕분에 활짝 열린 귓등 위로 알람음이 내리 꽂힌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는 터라 지금이 현실인지 꿈속인지 분간이 안 되어, 약 2분정도 멍하게 앉았다. 차츰 더 또렷해지는 알람음과 환하게 불이 들어온 스마트폰 화면을 번갈아 인지하면서, 비로소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곳이 현실이구나. 직시한다.

아직 캄캄한 바깥의 빛깔이 아이보리 색상의 커튼 바깥으로 어른어른 비친다. 커튼을 살짝 걷어보니 밖은 하루의 시작인지 끝인지 모를 어둠과 별빛으로 가득차 있다. 도로 위에 대형버스와 승용차들이 기합을 넣고 달리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하루가 시작한 듯 하다. 멀리서 은은하게 전철이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전등을 밝게 켠 전철칸에는 사람들이 빼곡이 앉아있겠지. 언젠가 일찍 일어나 새벽 5시경에 보았던 전철 속 풍경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첫차인데도 사람들이 빈틈없이 앉아있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아빠들은 이렇게 어두운 새벽을 뚫고 어딘가에 있을 일터로 향한다. 아빠들도 잠을 더 자고 싶을텐데 애써 가족을 위해서 바깥으로 나가는구나. 때로는 엄마들도 아이들과 가정을 위해서 나간다. 모두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부지런히 잠을 이겨내고 세상과 맞서는구나. 모두의 용기있는 행동에 옅은 감탄을 조용히 내뱉는다. 멋져. 머리 위에 여전히 총총하게 박혀있는 별들은 세상의 모든 아빠와 엄마가 만들어놓은 승리의 훈장같다.

옆자리에는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는 신랑이 있다. 안 깨워주면 왜 자기를 안 깨웠냐고 사춘기 아들처럼 투덜거릴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깨우면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화를 낼 것이다. 어쩐다. 최대한 침착함과 다정함을 적절히 섞어서 손바닥으로 그의 등과 팔뚝 등을 두드려본다. 따스하고 포근한 잠옷의 감촉이 손 끝에 닿는다.


일어나, 아침이야.


그는 아침이 온 것을 부정하기라도 하는 듯이 몸을 살짝 뒤척이며, 이산화탄소가 가득 섞인 날숨을 내뱉는다. 그 숨을 정면에서 맞으니 다시 잠이 들 것 같았다. 아니야. 정신차려. 오늘은 모처럼 일찍 일어났는데 말이야. 나 자신을 다독이며 다시 한 번 그를 깨워본다. 여러 번의 깨움에도 그는 꿈 속에서 마무리 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꽤 오래 버텼다. 어제 늦게 잠이 들어서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이제 그만둘까 생각하던 차에 스마트폰이 활기차게 알람벨을 울렸다. 그동안의 내 노력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인지, 그는 그 알람음을 듣고는 서서히 눈을 떴다.

그는 부스스하게 일어나 등을 둥글게 말고 아까의 나처럼 버퍼링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가 일어났음을 확인하고 아침세안을 하러갔다. 그는 잠시 후 다시 울린 알람음에 놀라며 아아 늦었다. 라고 하며 서둘러 욕실로 들어섰다. 순간적으로 다시 잠이 들었나보다. 잠 많고,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매일 이른시간부터 나가려니 얼마나 고단할까. 이 사람도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어서 많이 지쳤을거야. 그런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일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에 비해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그는 출근준비를 마쳤다. 이런 게 아빠의 파워인가.


다녀올게.


짧은 인사를 남기고 그는 순식간에 나가버렸다. 굉장해. 아빠들은 저런 힘이 있구나. 그가 나간 후에도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는 현관의 센서등 불빛을 보며, 나도 다짐을 한다. 오늘도 힘을 내서 육아와 집안일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내자. 가능한 그가 집에 돌아오면 큰 걱정없이 잘 쉴 수 있도록 집을 정리해야겠다. 각자의 역할에 책임을 다하고 충실하자. 서로의 책임과 배려 속에서 가정의 화목이 있다. 더 나아가 세상의 모든 아빠와 엄마가 있기에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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