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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dsbyme Jan 16. 2022

나의 미국문화 답사기 - 1

소소하지만 즐거웠던 나의 10대 시절에게 쓰는 글

운 좋게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아직도 처음 공항에서 맡은 미국 특유의 공기와 유독 높았던 파란 하늘을 잊지 못한다. 조금 이른 나이에, 온전히 홀로 생활해야 했기에 두려움도 컸지만 항상 꿈꿔왔던 일이기에 설렘도 컸다.


다행히 나는 나름의 사교력, 그리고 착한 학교 친구들 덕분에 빠르게 영어실력을 늘리고 생활에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나중에 별도의 주제로 쓰겠지만, 이때 만난 친구들은 내가 여러가지 문제로 지낼곳이 없을때 흔쾌히 몇달이고 자신의 집에 초대해주기도 했었다. 그만큼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겐 고마움과 애틋함이 가득한 시절이다.


나름 빠르게 생활에 녹아든만큼, 나는 미국 고등학생들의 생활과 놀이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대부분의 미드 매니아들의 생각과는 달리, 많은 미국 학생들은 생각보다(?) 건전하게 일상을 보낸다. 그 중 몇가지를 한번 간단하게 풀어보고자한다.


1. 게임 나이트, 그리고 무비 나이트

축구부 연습이 끝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하나가 밤에 "남자들만의 파티"라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초대했다. 미국에 온지 몇개월 밖에 안되었던 17살의 나는 잔뜩 긴장했다. 옷을 한껏 차려입고 가야할지부터, 춤이라곤 초등학교때 해본 각시춤이 전부인지라 모든게 고민이었다. 


한참 고민하다 결국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탄산음료를 사들고 친구집에 갔다. 마음 가득히 긴장감을 머금고 문을 여니 왠걸, 친구들은 각자 들고온 X-Box, 플레이스테이션을 세상 편한 옷차림으로 TV에 연결하고 있었다. 이내 내 긴장감은 눈녹듯 사라졌고, 어느새 탄산음료를 부어라 마셔라하면서 밤새 게임을 즐겼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번씩은 게임나이트로 전우애를 다졌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같이 영어수업을 듣던 친구에게 또 다른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하나 다른점이 있다면, 이 친구는 이성(!)이었다는 점. 드디어 춤을 춰야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친구집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이번에도 왠걸, 친구들은 세상 편한 차림으로 음료수를 마시며 해리포터를 보고 있었다. 그것도 1편부터 7편까지 주욱 이어서, 15시간정도를 영화에 대해 토론하면서 말이다. DVD에 진심인 미국 친구들은 주말이되면 모여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의 시리즈를 이어보곤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나는 홈커밍이나 졸업파티 프롬을 제외하곤 춤의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2. 밤새 즐긴 TP(Toilet Paper) 장난

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는 더더욱 늘었다. 점심에 만나 운동을 하고 밥을 먹기도했고, 밤에는 마음 맞는 4~5명이 모여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깔깔대기도 많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개구지기로 유명한 한 중남미 계열의 친구가 자신의 거대한(?) 장난 계획을 밝혔다.

그날 밤, 10명정도의 친구들과 모여 대형 할인마트에 갔다. 그리고 각자 5불정도를 모아 두루마리 화장지를 잔뜩 구매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학년의 여자아이들 집을 주욱 돌며 위 사진과 같이 휴지로 난장판을 쳐놓았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나무 위로 힘껏 던져 나무에 주욱 늘어뜨리는 장난이었는데, 이걸 정말 밤새도록 신나게 해댔다. 그리고 다음날 피해자(?) 친구들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후기들을 보며, 낄낄대며 즐거워하곤했다. 물론 엄격한 부모님들은 장난에 가담한 모두를 수배해서 청소를 하게 했지만 말이다.


지금이야 누가 휴지를 사주며 하라고해도 못할 장난이지만, 이때는 그냥 무언가를 던지고 누군가를 골려준다는 생각에 추위도 잊고 사방팔방 돌아다녔던것 같다. 


고등학교의 추억은 평생간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도 낯선 타국땅에서 보낸 시간이었지만, 좋은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덕분에 지금도 미소지으며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비록 내가 한국에 정착하며 얼굴보기도 어려운 친구들이지만, 이따금씩 이메일이나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공유할 수 있기에 또 다시금 감사하게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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