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어 브런치? 아니 브런치스토리?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린지 벌써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뭔가, 제대로된 무언가를 쓰고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글이 업도 아닐 뿐더러 내가 써내려가는 활자에 자신감이 넘치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를 "브런치 작가"로 인정해준 이 작은 커뮤니티 안에선 제대로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한 때 "얼태기"라는 말이 유행했다. 얼굴과 권태기를 합친 단어인데, 자신의 얼굴이 맘에 안들어 괜히 셀카도 거울도 안보게 되는 시기를 일컫는 말이란다. 간단한 설명만 들어도 바로 이해가 가는 요즘 신조어에 감탄하며, 새삼 이런 단어와 멀어진 스스로가 아저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뒤이어 나 역시도 글 쓰는것과 권태기 비슷한 무언가를 겪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브런치에만 글을 업로드하지 않았을 뿐 내 삶은 여전히 글쓰기와 밀접하게 엮여있었다. 한국어로, 영어로 하루에도 수십통씩 메일을 써내려갔고, 보고서와 PPT, 심지어 숫자만 가득한 엑셀 속에도 불완전한 문장들을 끼워넣었다. 매달 "근로소득:으로 집계되는 자그마한 숫자를 위해, 나는 매일같이 상투적인 메세지를 작성하고 발송했다.
루틴처럼 굳어진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일 블로그를 쓰고 수익화를 시키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기에, 아무리 피곤해도 습관처럼 블로그 글을 써내려갔다. 그래서일까, 어느순간부턴 최근 올린 모든 블로그 글들이 영혼없는, AI가 쓴 리뷰들같이 읽혀졌다. 분명 나는 글을 쓰길 좋아하고, 잘 쓰고싶은 사람이었는데 어느순간 모든게 다 획일화된 느낌이었다. 이 시점부터, 나는 브런치를 애써 외면했다.
3개월이 지난 후, 오랫만에 브런치에 로그인했다. 마치 소원해진 친구에게 간만에 안부를 묻듯, 글쓰기를 누르고 한참을 깜빡거리는 커서를 바라만 봤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나는 애써 무시해왔던 내 글쓰기의 생명의 맥박이 아직 뛰고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글태기"라는 있어보이는 말로 회피해온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글자, 그리고 글들이 읽는 모든 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생기넘치는 활자들이 되길 바라며, 나는 브런치와의 권태기를 하나씩 극복해 나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