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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게 두려운 브런치 작가

뭣도 없는 직장인의 브런치 작가 도전기

by wordsbyme

글 쓰고, 읽는걸 좋아한다. 일기를 쓰고, 하이에나처럼 블로그에 올릴만한 콘텐츠를 찾는다. 잠들기 전에는 괜히 나무위키를 켜고, 그것도 아쉬워서 매일 읽을거리가 나오는 구독 서비스를 3년 넘게 애용 중이다. 근데, 나는 글 쓰는게 무섭고, 두렵다.


"넌 잘 풀려서 직장인지, 아니면 사기꾼이었다"


오랜시간 나를 본 친구들, 와이프가 자주 하는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읽는걸 좋아했던 덕분인지, 나는 제법 말솜씨가 좋은 편이다. 전문성이 높지 않은 분야여도, 여기 저기서 읽고 들었던 내용을 기반으로 맞장구를 치거나 역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처음엔 개인적인 호기심이었는데, 어느순간 나는 "만사에 통달한" 사람처럼 각인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 전문성이었다. 사실 나는 어느 주제에도 맞장구는 칠 수 있지만, 전문성이 없었다. 친구가 특정 주에에 대해 물어보면 그럴듯한 대답을 내놨지만, 정작 그 답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반복될 수록, 스스로에 대한 불확신이 더 커져갔다.


"우리의 브레인에서 동네북으로"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스스로를 더욱 의심하게 되었다. PPT, 엑셀을 만들며 내가 가진 지식이 과연 맞는것인지, 제대로된 논리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런 포맷을 만드는지 신기한 회사 동기들, 그리고 그런게 당연하다는듯 바라보는 직장 상사들을 보며 위축되기 시작했다. 항상 "우리의 브레인"이라며 치켜세워주던 친구들이 그리워졌고, 경쟁에서 밀려날까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불안감은 머지않아 현실이 되었다. 애써 만든 보고장표가 영혼까지 털리는 과정을 겪으며, 괜한 자괴감에 혼자 퇴근길 호프집에서 청승을 떨기도 했다. 매일 아침, 털리는게 두려워서 회사가기가 싫었다. 어찌저찌 5년차가 되고, 점차 뼈를 때리는 피드백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보내는 메일, 엑셀, 장표 하나하나가 괜시리 불안했다.


"글 쓰는게 두려운 브런치 작가"


이런 내가 싫었다. 책이 재밌어서 읽던 8살의 나, 그리고 배우는게 재밌어서 밤을 새던 20살의 내가 그리웠다. 그래서 의미없는 광고 메일만 가득하던 계정으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브런치 작가까지 승인 받았다. 이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한 글이 아닌, 내 자신을 온전히 담는 무언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동안 글을 열심히 쓰기도 하고, 나름의 연재 소설까지 포스팅해봤다. 그리고 이내 후회했다. 좀 더 멋진, 흡인력 있는 글을 왜 난 쓰지 못할까 하고. 맞다. 여전히 나는 글 쓰는게 두려운 브런치 작가다. 어찌저찌 운 좋게 브런치의 선택을 받았지만, 여전히 스스로의 알을 깨지 못하는 그저그런 작가다.


"12건의 임시저장 글"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내 브런치 서랍엔 12건의 임시저장 글이 있었다. 남들처럼 멋드러진 글을 쓰고 싶어서, 혹은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고 싶어서 애쓴 흔적이다. 글을 쓴 내 자신도 그닥 설득이 안되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그래서 결심했다. 포스팅 열심히 해보라고 작가로 선정해준 운영팀에게 미안해서라도,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해보자고. 적어도 브런치 운영팀은, 내가 쓰는 글이 플랫폼에 해가 되진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12건의 임시저장 글은 빛을 보진 못하겠지만, 올 해 12건 이상의 새로운 글을 올려보겠다고 다짐해본다. 어설픈 작가의 푸념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아직까지 "브런치 작가" 타이틀을 유지해주신 운영진 분들께 감사드리며.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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