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어도,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힘들어요.
시간이 많아지길 바랬다. 목요일부터 기다려지는 주말, 출근 걱정이 없는 금요일과 토요일, 뭔가 아쉬운 일요일. 짧디 짧은 주말이 좀 더 길고, 스스로를 정비할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후, 이리 저리 치인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커져갔다.
그러다 우연히, 시간이 생겼다. 처음엔 원대한 계획을 잔뜩 세웠고, 쫓기지 않는 일상이 맘에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하루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일"을 채우지 못함에 불안해졌다. 늘어난 운동량과 수면 시간 덕에 지친 몸은 건강해지는 느낌이었지만, 쉼과 시간의 공백에 익숙하지 못한 정신은 초조했다.
어딘가 훌쩍 떠나기엔 눈 앞의 현실이 맘에 걸렸다. 길어진 하루는 무기력했고, 나는 시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버둥쳤다.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했다. 나는 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그럴듯한 리스트는 있었지만, 결국 나는 그냥 쉬고 싶었다. 일을 놓지 못하고, 여행을 가서도 메일함을 확인하는 삶을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 무언가를 맡겨둔 듯, 나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싶었다.
잠시간 "무엇을 하고싶었나"라는 생각의 끄적거림을 멈추자, 생각이 단순해졌다. 나는 "그냥 쉰다"라는 행위를 충실하게 하고 있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해야하고, 성과를 이루어야한다는 생각이 이 쉼을 방해하고 있었다.
한동안 멀리하던 책을 다시 열고,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일이 바빠서, 왠지 말하기 부끄러워서 멀리했던 내 소소한 일상으로 하루를 다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맥주병이라 시도도 안했던 수영을 배워보겠다며 유튜브 강의를 듣고, 꾸준히 해오던 외국어 공부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무언가를 불안해하기보단, 시간과 마음의 시차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