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 실험하기

투자 판단의 기준이 모호할 때

by 마운트레이크

투자 판단의 기준이 모호할 때 어떤 투자 전문가가 25년 새해 투자 방향을 이렇게 말한다면?


미국 주식 대신 지방 부동산.

암호 화폐 대신 지방 아파트.


'헐, 이게 도대체 뭔 말인가?..'


나는 당연히 엉뚱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연말 연초에 이걸 실행하고 있다.


어떤 혜안이나 통찰력을 도출해 그런 것이 아니다. 흘러가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에게 맞게 대응하는 치밀한 과정이다.


24년 새해 결심 중 하나는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 주식 투자를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 시기를 잘 타서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그리고 여름부터는 암호화폐도 조금씩 시작했다. 역시 수익 흐름이 좋다.


조금씩 경험을 쌓으며 투자 규모를 늘려보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늘 의도한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Again 부동산'

25년 새해에 다시 부동산 폭풍 속으로 들어간다. 사실 어쩔 수 없는 방향 선회다. 그것도 지방 신축 아파트에 돈과 에너지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묻기로 했다. 입지가 좋으니 마이너스 손절 대신 등기를 치기로 한 것이다.


3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가 내년 봄으로 다가온 것이다. 예비 입주자 협의회 카페에 올라온 대출 협약 은행들을 체크했다. 처음 가보는 지방 은행 지점들을 찾아다니고 대출상담사들한테 전화도 돌려보며 잔금대출 조건을 비교했다.


대출을 줄이는 DSR 규제가 22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었고 신축아파트는 분양공고 기준으로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래서 입주하는 시점에 잔금대출 규제 적용이 계약자 별로 다르다. 즉 21년에 분양공고가 난 아파트는 원분양자는 규제에 해당되지 않지만 이후 계약자는 규제 대상이다.


복잡하다. 그래서 대출 관련 종사자들도 자신의 실제 경험이 없다 보니 세부 규정을 잘 모른다. 오히려 나에게 묻는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떻게 아세요?"

최전방 대출상담사들도 최근의 복잡한 규정을 모르는 사람이 꽤 많았다. 그래서인지 기계적인 대응이 많다. 이리저리 직접 알아보고 질문해야 한다. 자금 계획까지 준비해서 며칠 전 S 은행에 서류 제출까지 모두 끝냈다. 내 경우에는 취득세 중과까지 덤으로 붙으니 잘해야 본전인 게임이다. 대신 자산 증대 효과가 있다.


12월 지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썰렁하고 연말 대출 창구는 섬세하지 않고 심드렁했다.



내가 혹 '확증편향'에 빠진 거 아닐까?.. 사실 그런 것도 같다.


근데 지금은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나야 판명된다. 어쨌든 결정의 시기가 다가오니 당장 방향을 정하고 길을 내야 했다. 우선 손해 보고 파느니 최대한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장의 상실감도 적고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편하다. 사실 적은 돈으로 입지와 타이밍을 한 번에 잡기는 어렵다. 그런 건 어쩌다 오는 우연한 행운이다. 투자는 시간 축적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


개인이 투자 Risk를 수량화해 비교하고 미래의 결과를 사회과학적 사고로 추려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다. 그냥 긴 인생 투자의 과정에서 실패 횟수보다 성공 횟수가 조금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게 낫다.

후지노 히데토가 쓴 '투자가로 살아라'에서 힌트를 발견했다.


"투자의 기준이 모호할 때는 좋고 싫음으로 판단하라."


이게 맞든 틀리든 지금 위로를 주는 문구로 딱인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1년 후, 내년 이맘때쯤.. 당장의 손절을 거부한 이번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25년 새해 벽두부터 내가 원래 그렸던 방향과는 다르게 그리고 현재 다수의 투자 유행과는 반대로 실험을 시작한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그래서 어딘가.. 마음 한쪽이 서늘하긴 하다.'

세상의 논리 대신 내 감정을 선택해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실험이란 원래 이리저리 해보는 거다. 실험의 횟수를 늘려야 성공 확률도 올라갈 테니까.

아무튼 이번 실험의 결과가 궁금해지는 25년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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