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
제1부 바다로 가고 싶은 자전거를 타고
제2부 흰 크레파스로 점 하나를 찍었다
제3부 말에도 뼈가 있을까?
제4부 단단하고 차가운 자물쇠를 간질이면
제5부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새가 되었다
연을 띄우려면
내게는 긴 활주로가 필요해요
무당벌레가 높은 곳을 찾아 기어오르는 것처럼
육상 선수가 결승선을 뚫고 힘껏 뛰어오를 때처럼
활짝
지느러미를 편 가오리
연이 떠올라요
얼레를 돌리면 바람이 감겼다가 풀리고
몽골에서 온 바람인지
독수리만큼 묵직한 게 걸렸는지
팽팽해지는 실
덥석, 구름이 물고 있는지도 몰라
구름으로 연결된 전화선을 타고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엄마
가오리가
지느러미를 파닥파닥 떠는 걸 보니
추운가 봐요, 그곳은
새가 없는데 새장이 있듯이
엄마가 없어도 엄마 눈빛이 남아 있듯이
가오리가 없어도
가오리 그림자가 남아 있는 이곳에서
몽골까지
페루까지
우리 함께 여행을 가요
새들이 지나는 길목에
물고기 한 마리를 놓아주면
언젠가 바람이 될까요?
활주로의 끝에서
나는 눈이 먼 하늘로 날아가기 직전이에요
_「나는 법」 전문
사람은 어른한테만 씨를 붙이는데
열매랑 꽃은 어릴 때만 씨를 붙여 줘요
이불을 덮어 주는 것처럼 흙을 덮어 주고는
그만 까먹어 버린
장미씨
봉숭아씨
수박씨
자두씨
_「씨」 부분
국어책에 있는 글자를 다 주워 모아
흰 눈 위에 수북한 나뭇가지처럼 주워 모아
모닥불을 피우자
그러면 빈 국어책은 함박눈 내린 초원처럼 넓겠지
나는 페이지를 넘어 다니며
순록처럼 뛰어놀겠지
국어가 없는 사람처럼
_「인디언 아이처럼」 부분
간지럼
단단하고 차가운
자물쇠에도 배꼽이 있어요
열쇠를 넣고 이리저리 간질이면
저도 모르게
꾹 닫고 있던 입을 벌리고
키득키득
마음이 열리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