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의 매일 축하 인사를 받는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방금 전에도 카드 실적 달성했다고 혜택 확인해 보라고 알림이 왔다. 그런데 축하한단다. 나는 축하받을 일이 없는데. 배달앱에서도 쿠폰이 발급됐다고 소식을 알리면서 축하한단다. 하다못해 어떤 웹사이트에 가입을 해도 축하한단다. 3,000원짜리 쿠폰, 카드 혜택, 웹사이트 가입은 나에게 축하받을 일이 아니다.
축하한다는 말의 포장을 벗겨보면 '당신의 기쁨에 공감합니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같이 기뻐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나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려면 최소한 내가 지금 기쁜 상황이어야 한다. 혹은 정말 나를 기쁘게 해 줄 무언가를 준 후에,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때서야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 같이 즐거워할 수 있다. (생일이라고 10만 원짜리 쿠폰 하나 보내주면 기뻐할 자신 있다. 아, 그러고 나서 20만 원 이상 구매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분노할 자신도 있다. 나 축하하려고 보낸 거 아니잖아요.)
축하한다는 문구를 담아 그 알림을 작성하는 누군가는 나의 상황을 모른다. 내가 그 혜택과 쿠폰을 받고 신날지 아무렇지 않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내용을 써서 발송하는 누군가에게는 업무일 뿐이다. 업무상 전하는 축하 인사는 껍데기만 남는다. 작성자가 아무리 기쁜 마음으로 발송 버튼을 클릭한다고 하더라도. 축하 인사가 되느냐 마느냐는 받는 사람의 상황에 달려 있으니까.
알려 드려요!
이 정도 문구면 충분하다고 본다. 혹은 '유용한 소식 전합니다!'라든지. 내가 필요하면 알아서 사용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아, 그래도 생일 축하한다는 문구는 (영혼이 없더라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1년에 한 번은 괜찮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