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 벗겨진 빗장

by 서린

일러두기 01. 1894년 10월 말에 있었던 주롄청 전투를 소재로 썼다. 이 전투까지 승리하면서 일본은 대륙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한다.


평양에서 패하고 올라온 군사들이 압록강을 건넜고 뤼순에서 온 지원군도 한 곳에 모였다. 이제는 대륙으로 넘어올 일본군을 막아야 했다. 압록강 하류에 자리한 주롄청(九連城). 반도 쪽으로는 의주가 마주 보고 있다. 청의 군사들은 방어를 위해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압록강이 끝나는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곳이 뚫리면 일본군은 만주와 요동반도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일본은 반도에서 청을 몰아낸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륙을 쳐야 했다. 압록강을 반드시 건너야 했다. 이미 일본의 고삐는 풀렸다. 1894년 10월 24일. 평양성 전투와 황해 해전이 끝나고 한 달 하고도 보름에 가까워지는 때. 일본군은 대륙의 문을 열기 위해 움직였다.


일본군의 앞을 압록강이 가로막았다. 일본군은 먼저 수위가 얕아진 곳을 찾아 도보로 건너가 청군을 공격했다. 경계를 넘어가기 위한 공격이 아니었다. 그 준비를 위한 공격이었다. 그날 밤. 일본군은 어두움을 틈타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타고 그 위에 군교(軍橋)를 조심히 그리고 조용히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 다리가 완성되어야 대군이 넘어갈 수가 있었다. 10월 25일 아침. 도하가 시작됐다.


격렬한 공방이 이어졌다. 여기서는 막아야 했다. 반드시 막아야 했다. 이곳을 뚫어야 했다. 반드시 뚫어야 했다. 막아야 하는 이들과 뚫어야 하는 이들이 마주 섰다. 창이 방패로 달려들 듯 일본군 7,000여 명은 청의 진지 전면을 찔러댔다. 그 사이 청의 부대도 후방에서 지원했다.


터져서 닥치는 강물은, 잠깐은 막을 수 있겠지만 결국 그 물이 넘쳐서 옆과 뒤를 채운다. 일본은 전면을 치면서 동시에 후방으로 돌아가 요지를 하나씩 점령했다. 주롄청 사방으로 일본군이 둘러싸는 형국이었다. 방패는 하나인데 창은 사방에서 하나씩 늘었다.


청의 총사령관은 퇴각했고 그 뒤로 다른 부대들도 물러났다. 청의 군사들이 빠져나간 것을 알아챈 일본군은 주롄청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수지에서 넘친 물이 쫓아가듯 청군이 도망한 길을 물길로 삼아 따라갔다.


주롄청 전투가 벌어지고 10일 정도가 흐른 11월 5일. 일본은 다구산(大孤山)이라는 곳을 점령한다. 다구산. 이곳은 요동반도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뤼순이 있었다. 결국 문에 걸린 빗장은 벗겨져 떨어졌고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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