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불씨

by 서린

일러두기01. 고부민란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일러두기02. 초고에는 거사일을 1894년 3월 말로 썼으나 <녹두 전봉준 평전>을 참고로 하여 2월 중순으로 수정했다. (5/25)

일러두기03. 전봉준의 아버지가 죽게 된 계기는 '곤장'이 맞다. 다만 곤장을 맞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하고 수정이 필요한지 판단하려 한다. (5/25)



그는 완성된 보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워했다. 동진강 물길을 끌어 보를 채웠다. 물이 채워질수록 괜히 배가 불러오는 것만 같았다. 보를 짓는 데 돈이 들었다. 세금으로 충당했다. 보를 짓는 데 사람도 필요했다. 백성들로 충당했다. 이 자리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던가. 그 모든 것을 보상받는 것 같았다. 아니 보상은 반드시 받아야 했다.


그들은 완성된 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돈을 내라기에 냈다. 와서 지으라기에 지었다. 알지도 못하는 그의 부친 공덕비를 세운다며 돈을 걷은 적도 있고 모친상을 당했다고 부조금을 걷으러 온 적도 있다. 이렇게 받았고 저렇게 거두었다. 보에 끌어 모아둔 동진강 물을 썼다고 세를 또 받았다. 흉년이 들었으나 그들만의 흉년이었고 그는 풍년이었다. 그들은 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를 찾아갔다. 한 사람이 모두의 뜻을 모아 말로 전했다.


흉년까지 들어 어렵습니다.

저희 농사도 뒤로 제치고 가서 보를 지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세금을 받으시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는 그 말에 답했다.


어딜 감히. 쳐라.


곤장을 맞은 이는 부축을 받아 집으로 돌아갔다. 몸은 해졌고 며칠을 앓았다. 맞은 자리에 살점 대신 독이 올랐다. 그 독이 먼저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더니 눈을 뜨지 못하게 했고 결국은 깨어나지 못하게 했다. 죽은 이의 아들은 울었다. 주변의 이들도 함께 울었다.


1894년 2월 중순. 맞아 죽은 이의 아들은 관아로 성큼성큼 걸었다. 그 뒤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따랐다. 내라면 내라고 했던 이들과 지으라면 지으라고 했던 이들의 빈손에는 낫과 괭이가 들렸다. 누군가는 동진강 옆 보를 터뜨리러 갔다.


칩시다.


관아의 문이 밀리고 깨졌다. 격노한 이들이 관아로 세차게 흘러들어 갔다. 보가 무너지고 깨졌다. 갇혔던 물이 동진강으로 돌아갔다. 창고를 열어제쳐 빼앗긴 쌀을 되찾아 나누었고 무기를 빼앗아 위세를 더했다. 잡혀야 하는 그는 소식을 듣고 먼저 도망했다. 그 밑에서 손발이 되어 큰소리를 내던 이들은 무릎을 꿇고 벌벌 떨었으나 그 모습이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뜨거운 탐욕은 불씨가 되어 더 거센 불을 댕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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