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하얀 여명

by 서린

탐욕이 일으킨 분노의 열기가 한양을 흔들었다. 윗자리에 앉은 이들은 걷잡을 수 없음을 알았고 그대로 둘 수 없음을 알았다. 막아야 했다. 물리쳐야 했다. 그들이 들어오면 자리와 목숨이 흔들릴까 두려워했다.


전주읍성 성문이 열렸다. 감영군이 줄지어 나와 남쪽으로 향했다. 반란군이 전주에 닿기 전에 막기 위함이었다. 낫이나 놀리고 괭이나 끌던 농부들을 어찌 못 막겠는가 했다. 전라감사는 농부들의 절박함은 보지 못했고 자신의 공명심은 놓치지 않았다.


관군이 내려온다는 소식에 농민군은 잠시 멈추어 맞이할 채비를 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이었다. 막힌다면 부수어서라도 가야 하는 길이었다. 관군은 쥐를 모는 고양이라도 된 듯 농민군의 뒤를 쫓았고 농민군은 모이로 새를 부르듯 동에서 서로, 서에서 남으로 관군을 끌었다. 농민군의 흔적과 소식을 쫓아 관군은 바쁜 발들을 놀렸다.


1894년 5월 초. 늦은 오후. 흐린 하늘 아래 고양이는 쥐를 만났다. 관군은 농민군을 마주쳤다. 고양이가 앞발을 들어서 치자 저만큼 도망가고 또 치자 이만큼 또 도망갔다. 관군은 도망하는 농민군을 고개를 높이 쳐든 채 몰아갔다. 농민군은 황토현 동쪽 시루봉 쪽에 자리를 틀었다. 해가 산에 걸렸다. 중천에 뜬 해는 느렸지만 산에 걸린 해는 빨랐다. 관군은 날이 밝으면 다시 치자며 황토현에 자리를 잡아 안개를 덮고 누웠다.


곤한 새벽 4시경. 기습이었다. 농민군은 관군의 숙영지를 사방에서 쳤다. 총을 쏘고 함성을 내질렀다. 깊이 잠든 이들은 그대로 깨지 못했다. 얕게 잠든 이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어 한동안 멍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자신들이 쥐를 쫓던 고양이가 아니라 모이를 따르던 새였음을 알았지만 이미 날개는 꺾였고 다리는 묶였다. 날자고 버둥거렸으나 놓아주지 않았다. 2천 명 중 절반은 죽고 절반은 빠져나갔다.


날이 밝아왔다. 동쪽 산줄기 위로 붉은빛이 올라왔다. 그 빛이 땅을 비추자 나무가 살아났고 물이 흘렀다. 그 빛이 황토현에 다다르자 세상을 뒤집자고 일어선 이들은 하얀 여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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