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장태

by 서린

제물포에서 출발해 서해를 거쳐 군산으로 도착한 경군(京軍)이 호남땅을 밟았다. 이 소식을 들은 농민군은 전주로 향하지 않았다. 대신 남쪽으로 돌며 세와 무기를 불려 가지런히 하였다. 앞선 전투의 승리로 농민군은 대나무가 하늘로 뻗듯이 했으나 경군은 늘어진 가지마냥 주춤하였다. 전라병사가 징병령으로 병사 수를 늘려 대적하고자 하였으나 민심은 반대로 흘러 고작 몇 백을 채울 뿐이었다.


농민군이 장성 황룡촌에 진을 치고 끼니를 해결하던 중에 그 사이로 포탄을 맞았다. 농민군의 뒤를 쫓던 경군이 대포로 기습하였고 몇몇이 그 자리에서 절명하였다. 농민군은 먹던 손을 털고 무기를 들어 고지대로 급히 올라 경군을 살폈다. 자리는 농민군이 위였으나 화력은 경군이 위였다. 경군은 총과 포를 앞세워 압박했다. 농민군은 섣불리 아래로 내달리지 않았다.


학익진을 펼쳐라!


언덕배기에 하얀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양 날개에서 무언가들 나와 아래 경군을 향해 굴러 내렸다. 그 무언가는 속에서부터 허연 연기를 뿜었고 불을 내밀었고 겉에는 칼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솟아 있었다. 느릿하게 구르는 듯하다가 점차 빠르게 경군에 가까워졌다.


장태였다. 거대한 장태였다. 닭이나 담아 키우던 장태가 사람을 담을 정도로 커진 채로 불붙은 짚더미와 칼을 품고 저 위에서부터 내려왔다. 높이 앉은 자들의 수탈에 대한 분()과 자기만 아는 자들의 억압에 대한 노()였다. 가진 자들이 쳐놓은 그물을 헤쳐 장태로 엮어 되갚아 주는 것이었다.


경군이 총을 쏘았으나 막혔고 포를 쏘았으나 가려졌다. 내려가는 장태 뒤로 농민군이 무리 지어 숙인 채 따랐다. 학의 날개가 점점 접혀 들어갔다. 경군은 그 날개 아래로 쫓겼고 갇히게 생기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장태 뒤에서 농민군이 쏟아져 나왔고 총과 대포 소리는 함성에 묻혔다. 그 소리에 완연히 파묻힐세라 경군은 뒤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날개가 일으킨 바람에 쓰러지듯 경군은 패했고 농민군은 두 번째 승기를 잡았다. 이 지경에 다다르자 난을 진압하라 명을 받은 양호초토사 홍계훈에게 한 가지 생각이 움텄다.


관군의 수와 힘이 부족하니 밖에서 힘을 빌려야 하지 않겠는가.


초토사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 생각이 반도에 사는 모든 이들을 더 큰 장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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