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이 열렸다. 이날을 고대했지만 꿈인 것만 같았다. 전투와 행군으로 지쳤으나 열린 성문 아래를 지나는 얼굴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동안 흘린 땀과 피에 대한 보상이었다.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자는 뜻이 이루어지는 것만 같았다.
전주성은 비어 있었다. 일전에 농민군을 쫓자고 모든 병사를 이끌고 내려간 까닭이었다. 농민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관군에 앞서 전주로 향했고 그보다 먼저 당도했다. 전라도 감사는 도망쳤다. 농민군은 무기를 취했고 창고의 식량을 풀었으며 갇힌 이들을 풀어주었다.
뒤늦게 당도한 관군은 전주성 바깥 완산 위에 진을 치고 3일간 대치하다가 성 안으로 포를 쐈다. 농민군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싸우기를 두 차례. 관군의 화력에 많은 이가 죽거나 다쳤다. 전주성을 빼앗기지는 않았으나 연이은 패배에 사기가 떨어졌고 이후에 대해 고심했다. 관군도 농민군의 기세에 쉽사리 성을 치지는 못하였다.
전주가 함락되자 조선 조정에는 홍계훈의 품의가 올랐다. 외병을 빌리자 했다. 농민군을 흩어지게 하여 곤궁하게 할 수 있다 했고 완전히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이라 했다. 조정은 외병을 청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
전주까지 함락이 되었으니 급히 병사를 청하는 게 좋겠습니다.
가진 자들이 윗자리에 앉아 병사를 청하자고 하였다. 불을 끄기 위해 더 큰 불로 맞불을 놓자 했다. 가진 것들을 지키고 앉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말은 숨겼다. 개중에 외병을 부르면 우환이 올 수 있다고 말한 이도 있었으나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보느라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고종의 마음도 기울었다.
청이 움직이면 일본도 어찌 못할 것이다.
조선은 청으로 구원병을 요청했고, 청은 톈진조약에 따라 일본에 조선 출병을 통보했으며, 일본은 바로 조선으로 군사들을 보냈다. 밖의 힘을 빌려 백성들에게 살을 쏘았으나 과녁은 자신의 등이었다. 살은 활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