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의 부대는 아산에 상륙하여 진을 쳤다. 며칠 뒤 일본군이 인천에 상륙했다. 누구도 그들을 부른 적이 없었고, 열어준 바가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불렀고 스스로 열었다.
배에서 내린 병사들의 몸은 일본의 것이었으나 복장은 서양의 것이었으며 눈빛은 일본의 것이었으나 기세는 서양의 것이었다. 오와 열을 맞춰 행진하는 일본군을, 조선 사람들은 무심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 행진은 한양을 향하고 있었다.
맞불을 놓았으나 바람의 방향을 보지 못했다. 조정은 외병을 청했으나 그 뒤에 일어날 일을 보지 못했다. 불길한 파도를 타고 부르지 않은 이들이 올 것을 알지 못했다.
조선은 일본에 항의했으나 귀를 막았다. 조선은 일본에 철군하라 손짓했으나 눈을 가렸다. 눈과 귀는 가리고 평화와 개혁을 돕겠다고 입으로 겁박했다.
뜻밖의 소식은 전주성까지 전해졌다. 나라와 백성을 살리자며 일어난 자리에 불청객이 들어섰다. 조정과 농민군은 화약을 맺어 일단락을 지었다. 농민군도 철군을 약속했다. 조선은 청과 일본에 알렸다.
난이 진정되었으니 이제 철군을 해주십시오.
청은 그러자고 했고 일본은 안 된다고 했다. 조선의 말은 무시되었고 청의 말은 듣지 않았다. 정세는 아직 진정되지 않았으며 조선의 개화를 돕겠다 했다. 말은 입으로 했으나 뒤로는 칼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