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전략> 75~85쪽
1. 발상 단계에서는 주로 간단한 메모를 이용한다. 발상은 주제와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개요로 보기 힘들다. 발상은 말 그대로 글을 쓰기 위한 기초적 아이디어를 얻는 작업이다.
2. 글을 써야 할 텐데 어떤 것에 대해 써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을 경우 관련된 주제의 책이나 자료를 꺼내 하나씩 읽어볼 수밖에 없다. 이런 독서 과정을 통해 갑자기 무엇에 대해, 어떻게 써야 하겠다는 발상이 떠오른다.
3. 글감을 넉넉히 장만한 뒤에 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4. 능숙한 필자는 계획한 대로 글을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흘러가는 논리대로 글을 전환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5. 글감의 선택은 내가 아니라 문장의 논리가 결정한다.
발상 단계에서 간단한 메모를 이용한다는 내용을 보고 반가웠다. 글쓰기 수업 맨 처음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듣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메모를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첫 단추는 잘 끼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목한 건 발상 단계 다음이다. 책에서는 '구성 단계'라고 설명을 하는데 읽어 보니 내가 학생 때 배웠던 '개요 짜기'와 같은 말이다. 글의 설계도를 그리는 과정이다. 나는 수업을 운영할 때 아래와 같이 개요의 큰 틀을 설명해 준다.
도입(서론): 화제를 꺼내고 주의를 집중시키는 내용으로 쓴다. (이렇게 덧붙이기도 한다. 유튜브 썸네일 같은 기능이다. 단, 어그로를 끌면 안 된다.) 분량은 약 10~20% 정도.
전개(본론): 자신이 전하고 싶은 핵심이 담긴다. 분량은 약 70% 정도.
마무리(결말): 핵심을 요약 및 정리하여 마무리한다. 분량은 약 10~20% 정도.
학생들은 이 설명을 듣고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상 단계에서 글을 쓰는 단계로 바로 건너가는 것. 물론 개요의 모양새를 보여주기는 했다. 그런데 각 학생의 구성 단계를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은 것이다.
개중에는 유독 글의 길이가 짧은 학생들이 있다. 나는 딱히 글자수를 몇 자 이상으로 정하지는 않는다. 글의 길이가 훌륭한 글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고 괜히 글자 수 맞추느라 정작 생각의 흐름이 끊어질까, 글쓰기에 싫증이 날까 우려가 되어서다. 다만 글이 짧으면 대개는 그 안에 담긴 생각이 얕은 편이었다. (짧으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줄 안다면 이런 생각 안 한다.) 그러니까 더 이상 생각이 전개가 안 되는 것이다. 막막하니까 멈추는 그 순간. 짧은 글과 학생의 표정은 그 순간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때 나는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좀 더 생각을 더 할 수 있게 할까.
글감을 넉넉히 채우는 그 과정. 개요 짜기는 고민의 과정이라고 배웠다. 그 과정이 부족하지 않았나. 발상 단계에서 너무 바쁘게 글쓰기로 넘어간 건 아닐까. 글감을 넉넉히 채우도록 무언가를 계속 던져줘야 하지 않았나. 같이 고민해 보고 이런 식으로 전개할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해 봐야 하지 않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판단에서) 생각이 얕은 것(어리석음을 뜻하는 게 아니다)은 그 학생을 탓할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자라온 배경이 다르고 잘 아는 게 다르다. 내가 제시한 테마들이 아무리 일상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글로 쓰는 건 다른 문제다. 내가 글쓰기 교사로서 해야 하는 것은(어쩌면 핵심일지도 모르는) 고민을 돕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러 제시문이나 예문 혹은 내가 겪은 여러 경험이나 생각.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생각. 이런 것들을 끄집어내어 펼쳐놓고 보여주는 것.
아, 이런 생각도 있고 저런 생각도 있구나.
이런 글감을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는데.
그러니까 나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생각으로 세워져 있는 그 울타리를 넘어가도록 밖에서 부르고 안에서 밀어줘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발상 바로 다음에 이어져야 한다.
구상 단계(개요 짜기)를 더 명확하게 해서 교육과정에 반영해야겠다는 것이 오늘 글쓰기 공부의 결론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고민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