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_10. 매트릭스(matrix)

by 서린

1.

목수 어네스토.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해서 구구절절한 사연과 함께 감동적인 노래를 선사했다는 내용. 그런데 AI로 만들어진 영상이라는 내용. 관객, 심사위원, 목수도. 그리고 목소리도.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봤다. AI를 이용해 만든 영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동을 받았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약간 혼동이 왔다. 무언가 찜찜한 것이 구석에 있었다.



2.

영화 <매트릭스>는 정말 대단한 영화다. 20년이 훨씬 넘어간 지금 봐도. (사람들이 세상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 번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혹시 매트릭스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몇 년 후에 <애니매트릭스>라는 영화가 나왔다. 이 영화도 대단했다. <애니매트릭스>는 <매트릭스> 세계관을 명확하게 설명해 줬다.


<애니매트릭스>는 총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그중 '두 번째 르네상스'라는 작품에서 나온 장면이 내게 상당히 깊게 남아 있다. 로봇과 인간의 전투 장면. 포로로 잡힌 인간들을 실험하는 기계들. 인간은 묶여 있고 기계가 (아마도 열린) 머리 뒤편을 건드리는 장면이었다. 어느 부분을 건드리자 인간은 미친 듯이 웃었고 또 다른 부분을 건드리자 서럽게 울었다. 과학적으로 가능한지는 전혀 모르지만 뇌의 특정 부위를 건드려서 감정을 표현하게 만드는 그 장면은 내게 꽤나 충격적이었다.



3.

어네스토에 대한 기사를 읽는데 <애니매트릭스>에서 본 그 장면이 떠올랐다. 나를 눈물 나게 한 것이 '기계의 촉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어딘가 닮았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이 조종을 당한 것만 같다는. 만약 이 영상을 사람이 제시어(명령어)를 입력해서 만든 게 아니라 AI 스스로 만든 것이라면 어떨까. 여태껏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말과 행동, 순간들이 인간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지 판단하여 만들었다면.


기계의 촉수. 그리고 AI로 만들어진 (거의 실제로 보이는) 영상.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사를 읽으면서 <애니매트릭스>의 그 장면이 떠오른 건 나의 어떤 '촉'이었을까. 매트릭스 세계가 공상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불안은 어디서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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