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_11. 애도

by 서린

내 아픈 몸을 묶을 제

그래도 귀는 들었소

아부지 눈물 소리


내 눈뜰 힘도 없을 제

그래도 귀는 들었소

엄니 때 이른 곡소리


나 열 없다고

말하고 싶은데

입은 안 떨어지는 게


나 몸에 난 거 없다고

보여 주고 싶은데

팔은 축 늘어지는 게


지게에 실려 집 뜨는데

흔들리는 게 나인지

멀어지는 게 땅인지


무섭다 말도 못 하고

서럽게 울도 못하고

눈물만 그렁해서


묶여 울며 빌었는데

아부지 엄니 한번 보자고

잠들기 전에 한번 보자고


마마한테도 빌었소

내가 다 잘못했다고

그러니까 가 달라고


나무한테도 빌었소

나 이제 괜찮다고

그러니까 풀어 달라고


아부지 다시 오시오

엄니도 울지 마시오

나 집에 가도 된대요



청일 전쟁에 이어서 동학 농민 혁명에 대해서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조선 시대 생활상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관련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그러던 중 <서양인의 조선살이>라는 책을 읽다가 유독 '한 장면'이 눈에 밟혔다.


타블은 매장되지 못하고 길거리에 방치된 일부 어린이들의 시신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흉포한 개들이 얼어붙은 시신을 뜯어먹으며 길거리를 배회하는 장면도 보았을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온몸에 천연두 상처와 딱지가 범벅이 된 채로 죽어 있는 4살도 채 안 된 작은 여자 아이도 있었다. 이 여자 아이의 시신은 나무에 묶여 있었는데,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는 가족을 원망하며 죽어간 듯했다. 가족들이 감염을 막기 위해 그녀를 나무에 묶어 죽어가도록 방치했을 것이다. 주위에는 죽어가고 있는 다른 아이들도 있었는데, 이들의 얼굴도 천연두 때문에 심한 상처로 훼손되어 있었고 뜨기 힘든 눈으로 이국의 서양인을 희미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54~55쪽)


그렇게 나무에 묶어서 '격리'를 했구나.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지나간 죽음이지만 묶여서 울다가 죽었을 아이의 모습이 그려졌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 아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고 싶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100년도 훨씬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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