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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Sep 24. 2023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결혼 이후 우리 부부는 각자의 직장에 소속되어 있는 근로자 신분이었으므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은 결혼 이전과 동일하게 주말뿐이었다. 다만 장소가 집으로 달라졌다. 취미생활로 게임을 즐기던 배우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스트레스를 해소했고, 게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는 게임하던 배우자의 옆에 앉아 그때그때마다 스스로의 취향을 한껏 반영한 책을 골라 보는 것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우 다른 듯 보이는 우리 두 사람에게 다행히도 비슷한 점이라고 하면 어떤 음식이던 가리지 않고 맛있게 잘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텔레비전 없이 생활하는 우리는 토요일 저녁시간이 되면 말하지 않아도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명은 식사준비를 하고, 한 명은 노트북을 가져와 다운로드해 두었던 무한도전을 재생시키는 케미를 보였다. 깔깔대며 웃고 어느새 끝나버린 식사를 정리하면 우리는 또 잠시 흩어졌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지금은 아이들이 우리 부부의 작은 세계를 투영한 듯 보여주고 있다. 나를 닮은 여자 아이와 배우자를 닮은 남자아이는 평소에 누가 봐도 영혼의 단짝 같지만 가끔 상대방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되곤 한다. 부부싸움이 그렇듯이 이들도 원인은 기억나지 않고, 미움만 잔잔하게 지속되다가 합이 맞는 어느 날 다시 그 감정은 행복으로 돌아오곤 한다.


패스트푸드의 상징인 햄버거세트를 먹던 날이었다. 햄버거 종류는 바뀌더라도 세트라면 빠지지 않는 감자튀김을 대하는 이들의 방식은 나와 다른 타인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누나, 감자튀김에 케첩 찍어서 먹어봐."

"왜? 난 그냥 먹는 게 맛있는 거 같은데."

"감자튀김에 케첩을 많이 찍어먹으면 맛있어!"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강력히 권하니 할 수 없다는 듯이 아주 살짝 케첩을 찍어서 맛보지만 도리도리 하며)

"난 새콤해서 별로"

"응 그렇구나. 큭큭 난 여전히 맛있는데."


식탁에 나란히 앉아있던 남매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감자튀김을 먹었지만 시선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독서대 위에 올려진 엉덩이탐정 책을 보며 웃기다는 듯이 서로 큭큭 웃는 모습이 꼭 우리 부부의 모습을 옮겨다 놓은 것 같아 신기하기만 했다.


남매란, 남처럼 싫지만 매일 보는 사이라고 아이가 <흔한 남매>라는 책을 보더니 공감된다는 표정으로 말해준 적이 있다.

부부란, 남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품었지만 평생을 함께하기로 내가 선택한 유일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넌, 평생 동안 제일 친한 친구.

너에게 난 (다음생에) 죽어도 못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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