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쥐방울 Sep 27. 2023

당신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라도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비로소 생각이란 것을 해보게 된다. 처음 이 질문이 머릿속에 들어온 순간 떠오른 것은 순위를 매길 수 없는 1호, 2호, 3호 그리고 그 끝에 잠시 스쳐간 배우자였다. 끝끝내 나는 누구 한 사람을 단상 위에 올려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질문을 던진 이의 목적은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는지 홀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어야 하며 내가 낳은 사랑하는 자녀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제일 소중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할 대상이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부터라도 인식하고, 내 몸과 마음이 파업 신호를 보낼 때까지 마냥 후순위로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연습할 참이었다. 그런데 이런 게 학습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만 할 수는 없으니 아이들도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먼저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둘째 아이를 발견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지 않아 질문하기 좋은 타이밍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미취학 어린이는 1초도 안되어 "바로 나"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은 엄마의 질문을 넘겼고, 대답을 들은 엄마는 한동안 눈과 입을 동그랗게 모아 부러움과 대견함과 신기함의 눈빛을 보냈다.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와 잠들기 전 누워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에 또 혹시나 싶은 기대를 품고 질문했다.


네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야?


나 자신이라고 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은 질문이었지만 아이는 오랜 고민 끝에 엄마라고 답해주었다. 아이가 고민하며 소중히 말해준 것이 무색하게도 엄마라는 사람은 신종 꼰대스럽게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제일 소중하게 아껴주어야 한다고 짧게 설교하고야 말았다.


그러자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되물었다.

"꼭 그래야 해?"

이번에는 바로 답하지 못하고 꽤 긴 침묵 끝에 아이의 손을 잡고 말해주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어른들이 장난 삼아 던진 이 질문에 꽤나 고민해 가며 엄마나 아빠 둘 중에 어쩔 수 없이 한 명을 골라 애매하게 말했다. 귀여운 유아의 답변은 어른들의 안줏거리가 되었고, 이후 이런 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고 싶지 않은 주제였다.


초등학생 이후로는 누가 묻지 않았지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중에 엄마나 아빠는 후보에 들어있지 않았다. 더구나 성장하면서 바뀌는 친구관계, 우상, 이성, 배우자와 자녀 중에 '나'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런데 내 아이는 왜 자신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면 안 되는지 묻는 물음에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네가 떠올라서 망설이고

너는 내가 떠올라서 망설여지고

이 죽일 놈의 사랑

작가의 이전글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