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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Jan 14. 2023

흔들리는 치아 속에서 네 민트향이 느껴진거야

가진통 없이 바로 찾아오는 진진통

우리 집 둘째 아이는 졸리면 자고, 보챔이 거의 없던 순둥이 타입이다.

기질이 예민했던 첫째를 키우다가 둘째를 낳아보니, 이래서 사람들이 둘셋 낳고 사는구나 싶었다.


여기서 순하다고 느끼는 점은 불평불만을 포함한 요구사항의 표현이 많지 않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졸리면 자고, 생리적 욕구만 채워지면 크게 이렇다 할 요구사항이 없는 아이다.


첫째의 경우 소변 신호가 오면 그때부터 화장실을 찾아 온몸으로 급하다는 것을 해결이 될 때까지 표현한다면, 둘째는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다가 정말 급할 때 화장실로 향하는 편이다.


한국나이 6세 10월에 첫 번째 유치가 흔들릴 때에도 평소 아이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래 첫 번째 앞니가 흔들리는 듯하다고 말했던 당시 살펴보니 이미 뒤쪽에서 영구치가 올라와 있었다.

이미 늦은 시간이 되어버려 어찌할 수 없었고, 바로 다음날 평소 다니던 어린이 치과에 내원하여 발치를 진행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아이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과일 배를 먹다가 불편하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두 번째 아래 앞니가 흔들린다는 소식을 가족에게 알리며, 아이는 앞니로 씹는 것이 불편해지자 당장 빼고 싶다며 늦은 밤 치과에 가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일반 치과 의원은 문을 닫은 시각이며, 유치 발치를 위해서 응급실에 갈 수 없으니 내일 아침에 꼭 치과에 가보자는 말만 계속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는 엄마 앞에 얼굴을 가까이하며 손으로 흔들리는 치아를 계속 더 흔들었고, 본인의 치아가 많이 흔들리고 있음을 수십 번 말하고 있어 함께 고통의 밤을 보낸듯하다.

온 신경을 몇 시간 집중한 채 얼마나 흔들었는지 피가 비치고 있었다.


사실 30대 엄마는 치과 공포증이 있다.

산부인과보다 더 무섭다.

실로 집에서 뺀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며, 배우자도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어 치과로 간다.

치과 갈 생각만 해도 심장이 떨리는데, 아이들 치과 방문은 초보가 왕초보를 달래야 할 일이 생길까 봐 매번 두렵다.


토요일 아침 어린이치과에 방문했다.

발치를 위한 치과방문은 예약을 할 수 없기에 언제나 대기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토요일 치과 방문은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데스크에 내원 이유를 말씀드리며 접수를 하고, 구석에 앉아서 아이는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뽑아왔다.

엉덩이탐정을 포함한 그림책 5권 정도를 읽고 나서야 이름이 불려졌고, 엑스레이 촬영 후 베드에 누웠다.


아이가 차로 15분 거리의 어린이 치과를 고집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천장 위 화면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틀어주시고 다른 치료 아이의 울음소리가 전달되지 않게 헤드폰을 씌워주신다.

마치 영상을 보러 온 아이처럼 당당하게 <그리지와 레밍스>를 틀어달라고 하는 아이가 웃겼다.

처음 들어본 제목이셨는지 치위생사분은 다시 한번 물으시며 검색을 하셨고, 정말 찾아내셨다.


두 번째, 감사히도 작은 선물을 칭찬의 개념으로 전달해 주신다.

보통 여자아이는 작은 장난감 반지를, 남자아이는 작은 자동차를 고르라고 해주시는 것을 아이는 기억한다.

아이의 치아를 육안으로 확인하신 후, 소독솜을 거친 다음 바로 이뤄진 발치에서는 발치가 된지도 몰랐다.

아이는 정말 몸을 '움찔'도 하지 않은 채, 거즈를 물고 몸을 일으켜 자동차를 고르는 아이가 또 웃겼다.





첫째 아이는 치아가 조금이라도 흔들릴 때부터 부모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먹을 때마다 불편을 호소했다.

발치를 위해 치과에 내원했지만 많이 흔들리는 상태가 아니라 조금 더 지내보고 오면 발치가 더 수월할 것이라는 의견에 되돌아오기도 일쑤였다.

결국 3주가 넘는 나날을 기다려 마음을 먹고 치과에 가서 베드에 누웠지만 두려움에 갑자기 입을 열지 않는 모습도 보이며 당황하기도 했다.


둘째 아이가 부모에게 알려주는 시점은 상황이 많이 진전되었거나 당장 치과에 가야만 했다.


두 아이가 발달상 보이는 과정을 겪으며 다시금 출산 기억이 소환되었다.

첫 출산은 계속된 가진통으로 유도분만 날짜를 잡고 하루를 꼬박 진행했지만 진전이 보이지 않아 제왕절개를 했다.

두 번째 출산은 가진통인가 싶어 밤새 참다가 아침에 병원에 가니 진진통이었는지 이미 자궁이 70%가 열려있었다.

(당시 VBAC을 마음먹고 실제 자연분만을 했다.)


셋째는 어쩌면 치과공포증 있는 엄마가 치과에서 우는 아이를 봐도 귀여워서 웃고 있진 않을까 잠시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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