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년이다 2

by 쥐방울

어릴 적 밥상에는 아빠의 취향대로 항상 고기 혹은 생선이 올라가 있었다. 큰 원룸 같은 공간에 4인 가족이 살면서도 김치찌개에 소고기를 넣어서 끓여내셨는데, 스무 살 이후에서야 보통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를 넣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신탕을 좋아하셨던 아빠 덕분에 운전면허도 없는 엄마는 타 지역 5일장에 가서 개고기를 검은 봉지에 담아 사 오셨다. 버스를 타고 엄마랑 같이 오는데, 내릴 무렵에는 봉지에 작은 구멍이 났는지 빨간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소의 간은 눈에 좋아서, 개고기는 뼈가 잘 붙는다는 이유는 한결같았다. 10살 때까지만 해도 소고기라고 속여서 말씀하시면 주는 대로 먹었는데, 알고 나서는 나와 여동생은 먹지 않았다. 개들이 해외로 입양을 가고, 어린이보다 반려견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오실 걸 모르셨으리라.


엄마가 명절마다 식구들 밥상에 올리는 메뉴 중 빠지지 않는 것은 갈비찜이다. 입은 많고 한우 갈비 가격은 비싼 덕분에 호주산 혹은 미국산을 구입하신다. 같이 장 보러 가면 그래도 풀을 뜯어먹을 것 같은 호주산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사태 혹은 양지 부위를 갈비와 같은 크기의 덩어리로 잘라낸 것을 같이 갈비찜에 넣어 갈비인척 위장해도 엄마의 놀라운 요리솜씨 덕분에 우리는 항상 맛있게 먹는다. 연휴 내내 갈비찜으로 먹고, 거의 다 먹어갈 즈음 묵은지를 넣어 김치찜으로 연휴를 마무리한다. 아이를 낳고 이유식을 시작하는데 쌀미음을 거쳐 소고기 미음은 당연히 제일 부드러운 안심 부위를 구입해서 해 먹였다. 제일 부드러우면서도 제일 비싼 한우 안심.


시골에서 농사지으시는 이모와 엄마 친구분 덕분에 나도 노란색 쌀 포대와 처음처럼 소주병에 담긴 진한 참기름을 받는다. 제조일자와 유통기한도 없는 식재료들을 다 소비하고 나면 온라인에서 꼼꼼히도 살펴보고 주문한다. 최근에 도정한 쌀인지, 국산에 저온압착으로 짜낸 참기름인지.




이번 명절에도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여러 음식을 하셨다. 육아하느라 도움도 못 되는 딸이 오기 전에 항상 음식은 다 되어있었다. 근데 그마저도 미안해서 엄마도 음식을 조금만 하시고 쉬셨으면 하는 마음에 외식을 했더니 며칠뒤 여러 음식이 담긴 반찬통을 많이 건네받았다. 딱 봐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데 잘 먹으라는 말씀만 하셨다. 깻잎 전, 갈비찜, 나물반찬, 꼬막, 식혜, 배 등

7살 둘째 아이가 깻잎 전을 좋아한다며 그 반찬과 밥을 차려달라는 말에 데우려고 꺼냈다. 아이를 키우며 결혼 10년 차가 되다 보니 음식은 여전히 잘하지 못해도 이제 어떤 재료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다 알게 되었다. 고기, 두부와 갖은 야채를 다져서 깻잎 안에 소를 넣고 달걀물과 부침가루를 거쳐 프라이팬을 수십 번 오갔을 엄마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하나도 아니고 수십 개의 깻잎 전은 그 안에 들어간 재료와 원산지, 방식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전부 엄마의 정성만 있었다.


어떤 것을 높은 가치로 여기는 형용사인 [고마워]라는 말만 떠올랐다.

막내가 여섯 살 되니 흰머리 가득한 30대가 되어 있었고, 이제야 주변이 보이고 정신이 든다.

더 늦기 전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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