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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Mar 08. 2023

과로사회로 돌아가라?

현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주 52시간제 완화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다. 핵심은 일이 몰릴 때는 1주일에 최대 64시간~69시간까지 일한 뒤 나중에 많이 쉬게 할 수 있는 제도로 변경한다는 것이었다. 일주일이라는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을 보장시 주 69시간'과 '휴식 없이 주 64시간' 상한 이라는 선택권을 제시함으로써 겉으로 보기에는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를 위하는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워라밸은 집어치우고 미친 듯이 일하라는 개시인가 싶었다. 불과 얼마 전 건설노조를 향해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까지 노동개혁에 앞장서려는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으며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가정보육을 하다 유치원에 입학하는 둘째 아이의 유아학비 신청을 위해 복지로 사이트를 통해 접수했다. 며칠 뒤 일요일 오후 2시 15분경 주민센터로부터 문자를 받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신청한 민원에 대해 확인할 것이 있어서 연락을 달라는 문의였는데, 업무가 많은 시기에는 공무원도 주말 상관없이 출근한다는 점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하물며 공무원도 이러한 지경인데, 보통의 사기업에 일하는 근로자는 어떠하겠는가. 공무원, 공기업의 근로자들은 그나마 개정된 법규에 따라 시행하느라 연차휴가,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자만 해도 여성이 아닌 남성이 특별한 사유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사업주체에서는 의문을 품는 실정이고, 연차휴가는 개인적인 일정을 굳이 첨부해야만 사용이 수월하다.


지난 2월에만 해도 배우자가 출근하지 않은 날은 일요일 2번과 평일 하루를 포함해 총 3일이었다. 평일에 연차 휴가를 낸 이유는 허리통증으로 치료차 병원에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정말이지 오로지 개인적인 쉼을 위한 휴일은 없었다. 1년에 정해진 연차휴가는 이사나 자녀 관련 일정으로 꼭 필요할 때만 쓰는 것으로 암묵적인 합의가 된 것만 같았다.


부부 중 한 명이 이러한 근로를 하며 일상을 보내면, 다른 한 명은 육아와 가정의 일을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에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지 않는 한 누가 더 과로를 많이 하게 되나 줄다리기를 하는 셈이다. 부모수당, 육아수당 등 이름만 붙여서 지원금을 주면 저출산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출산으로 끝이 아닌 긴 육아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싶은 사회와 더 큰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마을공동체가 해냈던 육아였지만 이제는 아빠 얼굴도 보기 힘든 아이들이 오로지 주양육자 한 명과 돈독해질 뿐이다.


연장근로를 하면 이후 그 시간만큼 휴가로 보상받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실제 사용 가능성이 있는 제도인지 정말 의문스럽다. 밀려오는 업무에 있는 연차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매년 12월 남은 연차개수를 세어보다가 그냥 새해를 맞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꽃피는 3월이 왔다. 잠들기 전 배우자와 아이들은 꽃구경에 가고 싶어 안달이었다. 딸은 벚꽃, 배우자는 진달래꽃을 이야기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진심으로 그것이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질문했다. "그래서 언제 쉴 수 있는데?" 당장 이번 주말도 출근을 한다고 했던 배우자는 현실을 깨닫고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부모님 세대에서 당연시되었던 주 6일 근무.

참여정부가 들어서며 주 5일 근무.

문재인 정부 시기에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


선진국이 주 4일제를 도입하는 상황이지만 대한민국은 '과로사회로 돌아가라'를 외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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