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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Apr 05. 2023

급식은 꿈의 식사 아닌가요?

초등학교 급식 단가 4,300원

2주 전 아이의 공개수업 겸 학교교육과정 설명회가 열린 날 초등학교에 다녀왔다. 다녀오기 전에는 드라마 <스카이캐슬> 혹은 최근 종영한 <일타스캔들>의 수아엄마가 잠시 떠오르기도 했으나 그런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삭제 버튼을 누르고, 참석하려는 분명한 목적에 대해서 다시금 상기시켰다. 같은 반 아이의 엄마들이 누구인지 알아두거나 친목도모를 위함이 아닌,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분들이 학교에 어떤 틀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계신지와 더불어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와 민원들을 해결해 나아가는 태도를 엿보고 싶었다.



공개수업을 마치고 강당에서 몇백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교육과정 설명회에서 교장선생님에게 할당된 시간은 5분이었으나, 이날 급식에 관한 이야기로 자그마치 15분 동안 마이크를 잡고 계셨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화두로 떠오른 학교폭력과 더불어 급식에서도 학부모 민원이 1,2위를 다투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 학년을 시작하는 3월에는 지각과 조퇴의 기준도 담임선생님 재량인 경우가 많아 민원이 들어오면 학년별로 회의를 거쳐 기준을 잡으시고 통보하는 사례도 보았다. 이처럼 각종 민원 중에 3월에 가장 많은 민원은 급식이라고 하셨다. 마침 설명회 당일 아침에도 장학사로부터 급식에 관한 민원을 받으셨다며 상기된 얼굴로 교장선생님께서는 말씀을 시작하셨다.


마침 며칠 전 대구 어느 학교에서 올라온 급식 사진을 기사를 통해서 확인한 결과 교장선생님은 성장기 아이들에 대한 학부모의 걱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 식판에 배식받은 음식을 깔끔히 비워내라는 식의 강요는 할 수가 없기에 급식시간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것도 좀 먹어보지 그래~?"라는 말 한마디 건네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제안이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통할지 모르지만 고학년들은 더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먹기 싫은 반찬은 아예 받지 않고, 휴대폰을 소지한 고학년은 엄마가 식판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면 몇몇 칸이 비워진 채로 사진을 보내니 받아보는 학부모는 당연히 황당할 지경인 것이다. 이런 것이 민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저학년과 고학년의 돈가스 개수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냐는 식 혹은 나물반찬이 무척 싱겁다는 식의 아이로부터 전달받은 피드백이 민원으로 보통 이어진다고 하셨다.


민원이 들어오면 아이들과 똑같은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시는 교장선생님은 영양사분께 할 수 있는 최선이 "조금 맛있게 좀 해 봐~"라는 한마디가 결국 전부라는 것이었다. 2023년 경기도교육청 초등학교 평균 급식 단가인 4,233원(약 4,300원)을 똑같은 돈 내고 드시는 교장선생님은 요즘 물가에 이 비용으로 한 끼를 차려내는 것이 본인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에 무척 동의했다. 다른 조미료나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고, 건강하게 균형 있는 식단을 만들어내는 영양사와 조리사분께 이미 감사한 마음이었다. 4,300원으로 요즘 물가에는 반찬 하나 만드는 것도 어렵지 싶었다. 이 비용으로 그나마 한두 달 전에 계약된 업체에 발주를 넣는 것이라 친환경 재료로 급식이 가능하다는 현실이었다.


마지막으로 민원을 넣기 전에 아이들의 급식에 관해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학교에 급식 모니터링을 신청해서 준비부터 배식까지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으니 제발 와서 한 번만 봐달라는 말씀으로 15분의 호소를 마치셨다.



사진첩을 보니 작년 한글날 전후로는 아이가 이렇게 훌륭한 식단을 마주했었다. 메뉴 구성은 잡곡밥, 바지락 미역국, 잡채, 찜닭, 케이크, 깍두기였다. 나라도 당장 달려가서 먹고 싶을 만큼 아이는 하교 후 극찬이 이어졌다. 내가 보았을 때에는 거의 먹으러 학교 다니는 아이였다. 자주 리필해서 먹는 아이라서 영양사님과 조리사분을 만나면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요즘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집에서 한 번도 해준 적 없던 멘보샤와 진미채도라지볶음, 등심캠핑구이 등 반찬의 종류는 정말 다채롭다. 급식에 관련해서 민원을 받으신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평소 배달 음식이나 상품을 구매해도 아주 만족스러운 경우에는 후기를 남기기도 하지만, 불만족스러웠던 경우에 시간을 특별히 할애해서 후기를 남겨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마음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세상에 학교와 교육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불만족스러운 급식 민원을 남기는 시간부자들이 있구나!' 그 시간에 10명 중 3명은 폐암 발생 위기라는 급식 조리사분들의 건강을 떠올리며 다른 쪽으로 민원을 넣는 것이 아이들에게 선순환되지 않을까 싶다.


같은 초등학교 소속의 병설유치원에 다시는 둘째 아이는 밥은 제법 잘 먹는 편이지만 반찬은 꽤 가리는 것이 많다. 나는 진정 이런 아이가 기관에서 점심시간에 흰밥만 먹고 와도 정말 괜찮다는 마음이다. 반찬을 골고루 먹어보지는 못하더라도 눈으로 다채로운 반찬을 볼 수도 있고, 다른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시도해 볼 마음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족한 영양소가 있다면 아침, 저녁 혹은 하원 후 간식으로 챙겨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 요리 실력이 월등히 좋아져도 4,300원으로는 한 끼를 차려낼 재간이 없다. 오늘도 꿈의 식사를 차려내시는 분들께 감사드리고, 혹시 시간적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급식 단가과 조리사의 임금을 책정하는 분들을 향한 민원으로 이어지며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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