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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Apr 12. 2023

엄마는 글 써서 얼마나 벌어?

언젠가는

초등 2학년인 첫째 아이는 학교 수업시간에 다양한 직업에 관해 배우면서 부모님 직업에 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이때 아이는 손을 들고 자랑스럽게 엄마의 직업이 작가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나도 어디 가서 브런치 작가라고 이야기해 본 적이 없는데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니 그저 놀라운 마음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작가라는 직업을 다들 알고 있는 걸까?"

"엄마! 작가가 뭐 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은 없어~"

참고로 그냥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신분의 아빠는 직업이 없다고 생각해서 발표하지 않았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오무라이스 잼잼>을 보던 아이가 매년 새로운 시리즈의 음식 이야기를 펴내는 조경규 작가님의 일상을 보더니 물었다.


엄마는 글 써서 얼마나 벌어?


평소에 무슨 질문이든 갑작스럽게 들어와도 별로 당황하지 않고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말문이 막히고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네이버에 포스팅하면 수익이 나는 애드포스트는 현재 저품질의 블로그라 수익이 거의 제로이고, 출판사 서포터스를 하면서 제공받는 것은 원고료가 아닌 도서이며 가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기사가 채택되면 받는 원고료도 아직은 통장에 입금된 것은 아니니 사실상 수익으로 연결되는 글쓰기는 전무하다. 이것을 솔직히 아이에게 털어놓자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뭐라고 얼버무렸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른 화제로 대화를 전환하려는 순간 아이는 본인의 생각을 이어서 말해주었다.


엄마같이 매일 쓰는 사람은 없을 거 같은데



브런치 구독자 100명이 된 것이 감격스러워 캡처해 두었던 사진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나만이 정한 요일에 마치 구독자 10만 명이 있는 것처럼 스스로가 정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 브런치에 발행하지 않는 날은 쓰기로 약속한 글을 쓰거나 공모전에 낼 요량으로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일상을 함께하는 아이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다.


물론 매일 글 쓰는 사람은 세상에 많고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내 뒷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가 말하는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닐 테니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브런치에서 승인해 준 덕분에 작가라는 페르소나를 아이와 공유하며 칭찬을 받고 있자니 꿈만 같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전혀 모르는 타인보다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으로부터의 칭찬이 고팠다. 좋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위로와 격려가 아닌 '네가 뭔가 잘못했으니까 그랬겠지'라는 의심 속에 성장해 오며 일상의 작은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날을 꿈꿔 왔다. 그런데 준비되지 않은 채로 작은 칭찬이 싹트는 가정 속에 내가 있다는 자체가 신비로웠다. 물론 준비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으리라. 이러한 일상의 최대 단점은 작은 기쁨에도 축하파티를 열어야 해서 케이크를 너무 자주 산다는 것 하나뿐이다.


육아하며 글 쓰는 자부심이라고는 없었던 사람이라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에 둘러싸여 있었다.

'출간작가도 아니면서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렇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응원해 주는데 그게 뭐가 대수인가. 매일 쓰면 그게 작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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