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그림 속 마음 읽기

낙서 한 줄에도 감정이 숨어 있어요

by 우리아이마음

아이들은 쉽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서운한 마음, 무서운 기억, 슬픈 감정은

입이 아니라 손끝으로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마음은 자주,

작은 종이 위의 색연필 한 줄기, 이상하게 구부러진 선,

혹은 단순한 낙서 한 조각에 담겨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나는 수없이 그런 그림을 보아왔다.

표정이 없는 얼굴, 검은색만 칠해진 하늘,

혼자 떨어져 있는 나무, 지워진 사람의 이름.

처음에는 그냥 그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다.*그건 아이가 지금 하고 있는 ‘무언의 이야기’라는 것을.


낙서에도 이유가 있어요

아이들이 공책 귀퉁이에 그린 낙서.

자잘한 별, 삼각형, 무한히 반복되는 원,

엉뚱한 캐릭터들.

그 낙서는 심심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이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한 아이는 하루 종일 말이 없었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혼자 수십 개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질문해도 고개만 숙이던 아이가

그림 한 장 안에서만큼은 반복적인 선으로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그림엔 늘 똑같은 집과 하늘만 있었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집 그림 안에

‘사라진 관계에 대한 그리움’이 숨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림 속 인물의 위치는 아이의 시선이에요

또 다른 아이는 가족을 그릴 때

자신을 제일 구석에,

혹은 배경처럼 조그맣게 그렸다.

처음엔 단순한 구성인가 싶었지만,

그 아이는 늘 엄마와 아빠만 크게 그리고,

자신은 문 옆이나 울타리 밖에 그렸다.

“그림을 보니, 네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

라고 말하자

아이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아이는 말했다.

“내가 여긴데, 잘 안 보여서…”

그건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메시지였다.


아이의 마음은

항상 그림 속의 '거리감'에 드러난다.


검정색이 많다고, 꼭 불안한 건 아니에요

많은 부모님들이 묻는다.

“우리 아이가 자꾸 검은색만 써요. 불안한 걸까요?”

하지만 아이 그림에서 어떤 색을 쓴다는 건 절대적인 신호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색이 어떻게 쓰였는지,

어떤 흐름과 감정으로 채워졌는지다.

한 아이는 검은색으로 가득한 하늘을 그렸지만,

그 안에 별 하나를 분홍색으로 찍어두었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어둡고 거칠지만,

아이의 입장에선 '희망을 표현하고 있는 방식'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단 한 가지 색에도 감정의 흐름을 담는다.

그 색을 바꿔주려 하기보다,

“왜 이 색이 좋아?”라고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은 열린다.


아이의 그림 앞에서는 말보다 기다림이 필요해요

어른들은 자꾸 해석하려고 한다.

‘이건 분노야’, ‘이건 외로움이네’ 하며

정해진 답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아이의 그림은

진단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점이다.


“이건 뭐야?”

“여기 사람은 누구지?”

“그 옆엔 왜 나무가 있어?”

그렇게 가만히 묻고,

답을 기다려주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가장 안전한 표현 공간이 된다.

어쩌면 아이는 그 그림 속에서

자기 마음이 무슨 색인지, 스스로도 알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아이의 그림은 ‘지금의 감정’을 보여주는 창이에요

지나치게 평가하지 말고,

너무 의미를 덧씌우지도 말고,

그저 함께 바라보면 된다.

하루의 기분이

오늘은 어떤 색인지,

무엇이 기쁘고 무엇이 두려운지를

아이들은 연필과 크레용으로 먼저 표현한다.


우리는 그저

그 작은 손이 만든 선과 점에

함부로 선을 긋지 않기만 하면 된다.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있다.

그건 아이의 선, 색, 낙서, 그리고 그림이다.

그 안에는 ‘아직 말하지 못한 마음’이 조용히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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