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섬세한 마음을 가진 아이와 함께하는 법
“조금 전까진 웃고 있었는데 갑자기 울어요.”
“화를 내다가 금세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해요.”
“기분 좋게 놀다가, 어느 순간 감정이 폭발해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듯,
아이의 기분이 하루에도 몇 번씩 크게 요동칠 때
부모는 점점 불안해지고 지치게 됩니다.
“왜 이렇게 예민할까?”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는
감정의 무게를 더 크게 느끼는 아이,
그리고 아직 감정을 다루는 힘이 자라나는 중인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이처럼 감정 변화가 큰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부모로서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할지를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선 감정 기복이 있다는 건,
그만큼 아이가 감정을 세게, 깊게 경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아이가 ‘그냥 조금 서운해’ 하는 상황에서도,
이 아이는 ‘크게 상처받고 좌절하는 감정’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감정의 폭은 아이의 기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아이들이 감정 기복을 더 크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감각에 민감한 아이
변화를 싫어하는 아이
자존감이 아직 불안정한 아이
표현력이 뛰어나지만 자기조절이 서툰 아이
즉, 감정 기복은 아이의 결함이 아니라, 성향과 발달의 일부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진정해”보다 “그랬구나”가 먼저입니다
부모가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은 “그만 좀 해”, “왜 또 그래”, “진정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들은 아이의 감정을 억누를 뿐,
감정을 다루는 힘을 길러주지는 못합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속상했겠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마음이 복잡할 수 있지.”
이 짧은 문장들 안에는
아이의 마음이 ‘이해받고 있다’는 안정감이 담겨 있습니다.
이 감정적 수용은 자기 조절력을 키우는 첫걸음입니다.
감정 조절은 가르치는 개념이 아닙니다.
아이의 옆에서 함께 천천히 연습하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일상적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 이름 붙이기 연습
“지금 이 기분은 화야? 아니면 속상함일까?”
감정 단어를 다양하게 익히게 하면,
감정을 통제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몸으로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
“화가 날 때 몸이 어떻게 느껴졌어?”
“마음이 답답하면 숨이 잘 안 쉬어지지?”
감정을 ‘느낌’이 아닌 신체 감각으로 알아차리는 훈련은 매우 중요합니다.
감정을 바꿀 수 있는 ‘대안 행동’ 제시
예: “지금은 소리 지르고 싶은 만큼 화가 났지. 그런데 종이에 그 기분을 그려볼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해 주세요.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늘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언제 또 터질까?” 하는 불안,
“나만 이럴까?” 하는 외로움이 쌓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 스스로의 감정을 점검하고
자신에게도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품기 위해서는,
부모의 마음에도 쉴 틈과 지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는
그만큼 풍부하고 섬세한 마음을 가진 아이입니다.
다만 그 마음을 다루는 방법이 아직 서툴 뿐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아이는 누구보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그 성장의 길목에서 필요한 건
조용히 옆에서 말 대신 마음을 들어주는 어른 한 사람입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겠구나.”
이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그날의 감정 폭풍은 조금은 가라앉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