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정으로 합가의 시작은 예상치 못한 마찰로 얼룩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터진 갈등은 시댁에서 걸려온 전화로부터였다.
난 그때 복잡한 마음으로 운전 중이었다.
"집 이자를 못 버틸까 봐 장모님 댁으로 간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시어머니의 화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터져 나왔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다니, 끝까지 집을 지켜야지."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어머니 말씀 속엔 당황과 실망이 섞여 있었지만, 나 역시 복잡한 마음이 뒤엉킨 상태였다.
'나도 가기 싫은데, 내가 원해서 가는 것도 아닌데, 어머님까지 왜 이러실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때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황과 분노도 이해가 된다.
갑작스러운 아들과 며느리의 결정이 부모님께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가족의 한 축이 무녀 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슴 한편으로 바랐다.
'이왕 이렇게 된 거라면, 그냥 우선 가서 잘살고 돈 열심히 모으라며 응원해 주실 순 없었을까?
그랬다면, 이 상황이 조금은 덜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날의 대화는 내가 짊어진 심리적 짐을 한층 더 무겁게 만들었다.
서로를 이해하기엔 너무 갑작스럽고 버거운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그렇게 서툰 말들과 감정들 속에서 더 깊은 갈등의 틈을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