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 12평 가게를 찾다

가게 위치와 공간을 결정하게 된 이유와 과정

by 온천라떼

처음 일본에서 가게를 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화려한 대로변이 아니라 조용한 골목 끝이었습니다. 사람들 발길이 조금 덜 닿지만, 그 대신 오래 머물고 싶은 공기를 가진 곳. 그 이미지가 구체화된 게 바로 지금의 12평 가게입니다.


처음에는 번화가 인근의 상가를 여러 곳 둘러봤습니다. 유동 인구는 많았지만, 임대료가 너무 높고 계약 조건도 까다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제 가게가 그 속에서 금세 ‘하나의 상점’으로만 묻혀버릴 것 같은 불안이 컸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부동산 중개인이 보여준 골목 끝 공간을 보게 됐습니다. 창문 너머로 부드러운 햇살이 들어오고, 맞은편에는 오래된 제과점이 자리 잡은 그곳은, 다른 매물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12평이라는 작은 면적은 처음엔 망설이게 했지만, 곧 ‘이 크기면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온전히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테리어와 동선이 단순해지고, 손님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결정 과정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건 ‘이 골목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이었습니다. 일부러 찾아온 듯 천천히 걷는 사람들,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주민들, 학교 끝나고 간식을 사러 오는 아이들… 이곳의 시간 흐름이 제 가게의 속도와 닮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골목 끝 12평 공간을 선택했습니다. 번화가의 빠른 흐름이 아니라, 이 골목의 느린 공기 속에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쌓아가는 가게. 작은 공간이지만, 저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넓고 깊은 가능성을 품은 자리였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카페 디자인, 그리고 인테리어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