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한 겨울밤 이야기

by 온천라떼

그날 밤, 회사 건물에서 나왔을 때 서울의 겨울 공기는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삼 개월째 이어진 프로젝트와 야근은 제 몸을 점점 갉아먹고 있었고, 모니터에 비친 제 얼굴은 낯설 정도로 지쳐 있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피곤으로 가득했고, 어깨를 부딪히며 무심히 지나치는 군중 속에서 저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내일도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자, 숨이 답답해졌습니다.


그때 문득,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멈춰야 한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직선 같은 삶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제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날 밤 저는 집으로 가지 않고, 곧장 여행사 불빛이 켜진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창밖에는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이 있었고, 제 안에는 오랫동안 눌러왔던 갈망이 있었습니다. 모니터 속 목적지들을 스크롤하다가 손끝이 멈춘 곳은, 몇 해 전 처음 발을 내디뎠던 작은 온천 마을이었습니다.


그 순간 확신이 들었습니다. 내가 떠나야 할 곳, 다시 살아보고 싶은 곳은 바로 그 마을이라는 것을. 서울의 겨울밤, 차갑고 지친 공기 속에서 내려진 그 결심은 두려움보다는 이상하게도 따뜻했습니다. 무언가 오래된 굴레를 벗어나는 듯한 해방감이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겨울밤이 제 삶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번아웃으로 무너졌던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밤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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