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일, 그리고 번아웃의 신호들

by 온천라떼

사에 다니던 시절, 저는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프로젝트가 몰리면 주말까지 이어지는 야근은 당연했고, “지금만 버티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지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번아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신호들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지요.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집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던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동료들과의 대화마저 건조하게 느껴졌습니다.


결정적인 건 제 얼굴이었습니다. 야근이 이어지던 어느 밤, 모니터에 비친 제 모습은 낯설 정도로 지쳐 있었습니다. 초점 없는 눈빛, 내려앉은 어깨, 그리고 웃음기 없는 얼굴. “저 사람이 정말 나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번아웃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때가 되어서야 자신이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마음과 몸이 동시에 고갈되어 가는 상태. 회사라는 공간은 제게 더 이상 성취와 보람의 무대가 아니라, 소진과 소멸의 무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번아웃의 신호는 분명했습니다. 출근길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고, 작은 실수에도 쉽게 흔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한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신호를 애써 무시했습니다. 일은 늘 있었고, 멈출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멈추지 않으면 더는 나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번아웃은 단순한 휴식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제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 신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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