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안고 떠났던 이주 결심의 뒷이야기

by 온천라떼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온 건 해방감이 아니라 두려움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 익숙한 공간, 오랫동안 이어온 인간관계를 모두 뒤로하고 낯선 마을로 옮겨간다는 건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밤마다 ‘정말 괜찮을까’ 하는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가장 큰 두려움은 ‘혼자’라는 단어였습니다. 회사에서는 팀이 있었고, 도시에서는 익명 속에서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갔습니다. 하지만 작은 온천 마을에서의 삶은 전적으로 제 몫이었습니다. 가게를 어떻게 꾸릴지, 손님이 없을 때 어떻게 버틸지, 아픈 날은 어떻게 할지—모든 것이 불확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 건, 번아웃의 그림자였습니다. 서울에서의 삶은 점점 저를 소진시키고 있었고, 더 늦기 전에 멈추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두려움보다 더 강렬했습니다. 결국 선택은 단순했습니다. 두려움을 품은 채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었으니까요.


마을에 도착해 낡은 12평짜리 가게를 처음 봤을 때도 걱정은 여전했습니다. 허름한 벽, 삐걱거리는 문, 오래된 천장. 그러나 그 공간을 하나하나 고쳐 나가며, 두려움은 조금씩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직접 고른 색으로 벽을 칠하고, 창문을 열어 온천 김을 맞으며, 작은 커피 향으로 공간을 채우는 동안 ‘이제는 나의 장소가 되었다’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돌이켜보면,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가끔은 불안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이제 저를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한 걸음을 더 단단하게 내딛게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주 결심의 뒷이야기는 결국,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어깨동무하며 시작된 이야기였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곳에서의 하루가 내게 가르쳐 준 작은 확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