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던 시절, 제 하루는 늘 시계에 맞춰 흘렀습니다. 출근 시간, 회의 시간, 마감 시간. 하루를 쪼개 관리하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시간은 언제나 부족했고 저는 늘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러나 온천 마을에 와서 처음 깨달은 건, 시간은 쫓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대로 두어도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곳의 하루는 느리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습니다. 아침에는 오븐에서 빵이 익어가는 소리와 향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창문 너머로 피어오르는 온천 김이 공기를 덮습니다. 손님이 몰려드는 시간은 짧지만, 그 사이사이 찾아오는 고요가 오히려 삶을 채워 줍니다. 빨리 무언가를 채워 넣지 않아도 하루는 충분히 의미로 가득했습니다.
천천히 사는 법은 단순히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순간을 온전히 바라보는 법이었습니다. 커피를 내리는 몇 분의 과정, 계절마다 달라지는 빛과 공기, 손님과 나눈 짧은 대화까지. 서두르면 놓치기 쉬운 작은 장면들이 이곳에서는 삶의 중심이 됩니다.
서울에서는 늘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온천 마을에서의 삶은 ‘지금 이 순간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천천히 산다는 것은 결핍이 아니라 충만이었습니다.
온천 마을에서 배운 이 리듬은 이제 제 삶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해도, 아마 이 속도와 감각은 잊히지 않을 겁니다. 천천히 살아도 삶은 충분히 깊고,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저는 이곳에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