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탕 주인 할머니부터 이웃 가게 사장까지의 에피소드
가게 문을 연 첫날, 오전 햇살이 막 문턱을 넘어올 무렵 첫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그 손님은 바로 맞은편 온천탕의 주인 할머니였습니다. “새로 생긴 가게라 궁금해서 왔어”라며 유카타 차림으로 들어오신 할머니는, 메뉴판을 한참 보다가 드립 커피를 주문하셨습니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할머니는 마을 이야기와 온천탕을 지켜온 세월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날 이후 할머니는 틈날 때마다 들러 커피를 마시며 마을 소식을 전해주는 ‘가게의 아침 손님’이 되셨습니다.
며칠 뒤에는 옆 골목에서 오래된 문구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찾아왔습니다. “마을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면 인사부터 해야지”라며 손수 구운 쿠키를 건네셨는데,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끼리는 새 가게가 생기면 다 같이 방문해주는 게 오래된 관례였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개업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온천 마을 절반의 가게 주인들과 얼굴을 트게 됐습니다.
이웃 가게들과의 관계는 단순한 인사를 넘어, 서로를 돕는 네트워크로 발전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빵집 사장님이 제 가게 앞에 간이 비가림막을 설치해주었고, 제가 늦게까지 가게를 정리할 때면 온천탕 할머니가 “문 닫으면 불 꺼졌는지 확인해줄게”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첫 손님이었던 할머니와 이웃 사장님들 덕분에, 저는 이 마을에서 ‘외부에서 온 새 주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 일보다, 그 속에서 사람과 관계를 쌓아가는 일이 훨씬 더 큰 선물이라는 걸 깨달은 건 그때부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