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혜와 베풂, 자원의 분배 내적인 풍요, 안온한 평화 너끈히 수행 가능한 과제 느리지만 신중하고 성실함
아일랜드에서 사 온 타로카드를 매일 뽑아본다. 처음엔 재미로 뽑아봤지만, 지금은 타로카드가 '마음 챙김과 통찰, 알아차림과 수용,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라는 확신이 생겼다.
타로카드에 그려진 이미지를 통해 내면의 무의식을 끄집어내 읽는 경험을 했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나의 모습을 그림 이미지에 대입하면서 상황을 해석해 봤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매번 타로카드 속 이미지가 마치 내 안의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징적이고 직관적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이런저런 잡생각이 끊이질 않아서 벌떡 이불을 차버리고 방에서 나왔다. '나는 지금 왜 힘든가? 무엇이 힘든가? 내가 나를 스스로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안고 카드를 뽑아 들었다.
이번주 일정을 보니 연대체 창립총회 준비, 지속협 강의, 포럼 원고 작성, 영상 촬영 편집, 네트워크 모임, 아일랜드 공유회까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피로가 쌓였는지 일주일 전부터 목이 붓기 시작했다. 병원 갈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약국에서 사 온 목감기약과 피로회복제를 털어 넣고 모니터 앞에 앉기 일쑤.
타로카드를 주제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오늘 뽑아 든 카드가 결정적이었다.
완드 슈트의 아홉 번째 카드, 9 of Wands
고생, 강직한 신념, 의지 바깥으로 발산하는 속성 수용적인 성질과 반대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목적지까지 짐을 옮겨야 함
"우리는 종종 어쩔 수 없다고, 그러면서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중 많은 것들은 자진해서 감당하고 있다. 모두가 자기 잇속만 챙기는 팀에서 혼자서만 도덕과 윤리와 규칙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하느라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그에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충 일하라고 한다면 그는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짊어지고 있는 부담이다."
- The Tarot Book for Apprentice(한연, 도서출판 연원)
그렇다. 지금 내가 힘든 건,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힘들어도 누굴 탓할 수도 없고, 핑계를 댈 수도 없다. 내가 좋아서 만든 일이고, 내 의지로 꼭 해내야겠다고 선택한 일이다. 매년 사사분기에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올해까지만 빡세게 일하고, 내년부턴 쉴 거야!"
동료들은 웃는다. 매년 똑같은 말을 했었다면서, 내년에도 똑같을 거라고... 나도 안다. 그저 한숨 섞인 투정일 뿐이다. 내가 지금 몹시 힘든 상태라는 걸 드러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하는 투정.
사실 타로카드는 내가 나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 쓰는 도구다. 고맙고 감사했던 마음이 하루아침에 시기질투하는 마음으로 바뀌어 공격하는 사람,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나를 지키기 위한 도구!
내년엔 작업실에서 책모임과 함께 타로카드로 마음을 읽고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봐야겠다. 왠지 나랑 찰떡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타로마스터가 되는 그날까지... 열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