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힘, 공간 자산화로부터
삶표연탄을 매입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할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그동안 글을 쓰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무언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이 고조될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쥐고 싶어 한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욕심,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넘어서려는 태도가 보이기 시작하면 나는 잠시 멈추고 기다리는 쪽을 선택한다.
갈등이 생기려는 조짐이 보이던 시점, 나는 거리를 유지했고, 속도를 늦췄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 공간이 내 자본으로 매입한, 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내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공간이 공공에서 마련해준 곳이었다면, 혹은 누군가 임대해준 공간이었다면 어땠을까. 정해진 시간 안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고, 사업비를 소진해야 하는 압박 속에서 지금처럼 멈출 수 있었을까?
보조금 사업이라 불리는 예산에는 항상 꼬리표가 붙는다. 언제까지 예산을 집행해야 하고,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 끊임없이 보고하고 증명해야 한다.
도시재생, 문화도시, 청년창업 등 이름 붙은 많은 사업들이 초기에는 풍부한 예산으로 시작하지만, 3년 안에 문을 닫거나 현장을 떠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을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때 중요한 변수는 ‘사람’이다.
신뢰받는 주민 리더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자원을 쥐고 주도권을 쥐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연결의 매개가 아닌, 독점의 중심에 서려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일은 더디고 어렵게 흘러간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활동의 핵심은 민간이 자기 자본으로 자산을 확보하고, 자기 속도와 철학으로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래야만 갈등이 일어날 때 멈출 수 있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도 조급하지 않을 수 있다.
공간이 단지 물리적 장소를 넘어 ‘관계의 리듬’을 조율할 수 있는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그 주체에게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이유 있는 자산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이들과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