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표연탄

새로 태어난 집, 삶표연탄

by 이유 임민아

삶표연탄의 내부 리모델링이 마침내 끝났다.

겉모습만 보면 여전히 70년 된 오래된 집이지만, 그 안은 사실상 새로 지은 공간에 가깝다. 천장부터 바닥, 벽체까지 전면 철거했고, 노후한 수도관을 걷어내고 새로운 배관을 깔았다. 바닥은 보일러를 설치하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 이른바 ‘공구리’를 쳐서 다졌다.


천장은 더 높아졌고, 벽체는 단단하게 마감되었다.


화장실은 과거 보일러실과 변기 하나가 있던 좁은 공간에 세면대와 샤워기를 갖춘 현대식 욕실로 탈바꿈했다. 조명은 공간의 분위기에 맞춰 재배치했고, 주방은 위치를 옮기며 원목으로 짜 넣어 아담하고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사실상 ‘빈집 리모델링’이 아니라, ‘빈집 재건축’에 가까운 과정이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공사를 마치기 위해 애를 태우기도 했고, 막상 시작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리와 설계 변경이 필요했다. 예산은 당연히 계획을 넘었지만, 지금의 공간을 마주할 때마다 그 모든 과정이 감사하다. 꼼꼼하게 일해주신 남사장님 덕분이다.


외부 공사는 아직 일부 남아 있고, 혹시 모를 누수에 대비해 화장실 쪽 방수 공사도 추가로 고려하고 있다.

지금 창밖에는 장맛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올여름은 마른장마로 걱정이 많았는데, 비로소 장마가 시작된 듯하다. 타이밍은 꼭 맞지 않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이 공간이 ‘진짜 집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을 한다.


삶표연탄이 바뀌었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둘 궁금해하며 연락을 준다. 나는 의자, 테이블, 가구 하나하나를 직접 고르고 옮기며 공간을 채워가고 있다. 생애 첫 당근마켓 거래도 해보고, 용달차를 가진 이웃이 부럽기도 하다.


공간의 첫 손님은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 회원들이었다. 워크숍 장소로 이곳을 찾아주었고, 공식적인 첫 방문이자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이득규 피디님이 선물해준 연탄모양 지우개에 방문한 회원들이 꾹꾹 마음을 담아 글을 써주고 갔다.


경기도 베이비부머기회과에서 진행하는 갭이어 사업의 운영기관인 패스파인더 대표님과 실무자들도 방문했다. 삶표연탄에서 시작되는 첫 공식 프로젝트이기에, 설렘과 긴장이 함께했다. 무엇보다 공간이 너무 예쁘고, 편안하다면서 감탄하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뭉클하기도 했다.


삶표연탄, 단순히 쉬어 가는 곳 이상이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숨 쉴 틈’ 같은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름에 '연탄'을 담았다. 까만 몸을 다 태워내고 마지막엔 하얗게 정화된 연탄처럼, 이곳에 들른 이들의 마음도 가볍고 환하게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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