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됐다. 이상하게도 일찍 잠든 날보다 늦게까지 일하다 피곤한 채로 누운 다음날, 더 빨리 눈이 떠진다. 억지로 다시 잠들어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침대에 누운 채 하루 스케줄을 훑어보고, 일어나 씻고 밥을 하고, 딸이 먹을 것을 소분해 놓는다.
옷을 챙겨 입고 작업실에 나가면 그제야 임사장이 된다. 밀린 서류를 정리하고, 메일과 카톡으로 파일을 발송하다 보면 점심을 건너뛰는 날이 많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계약서류, 견적서, 기타 등등 챙겨야 할 일들이 밀려드는 날이다.
오후에 일정이 없을 땐 잠깐 집에 들러 저녁 준비를 한다. 오늘은 감자와 양파를 슴슴하게 볶았다. 김치볶음밥이랑 함께 곁들이니 찰떡궁합이다. 5시에 퇴근하는 남편이 집에 도착할 때쯤 다시 한번 볶아서 맛있게 상을 차린다. 남편과 딸과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해가 떨어진 저녁.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의 내 모습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는 시간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본다. <나는 솔로>, <사랑은 계속된다>, <돌싱글즈> 같은 리얼 연애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삼라만상(森羅萬象) 온갖 인간 군상(人間 群像)이 날것으로 드러나는 그 생생함이 참 재미있다.
일이 많은 날엔 저녁을 먹고 다시 작업실로 향한다. 영상 편집, 기획안, 제안서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서 집중하다 보면 밤 10시가 되어야 비로소 숨이 트인다. 그 시간쯤엔 멀리 있는 사람들과 온라인 미팅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다들 "너무 바쁜 거 아니냐",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해내냐", "힘들어 보인다"라고 하는데...
해야 할 일 앞에서 미루지 않고 움직이는 것,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정하는 것.
그게 엄마로, 아내로, 그리고 임사장으로, 내 몫의 하루를 다 해낼 수 있는 비결이다.